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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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고소득자 세금 1조 더 걷는다

서민·중소기업 5000억 감세· 과도한 사내유보금 10% 과세
4000여개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 등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면 일정액에 대해 10%의 추가 세금을 물게 된다. 연봉 1억2000만원 이상 퇴직자의 퇴직금에 대한 세금부담이 평균 60만원 늘어난다.

정부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의 문제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재정·금융과 함께 조세정책도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운영할 시점”이라며 “경제활성화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되도록 조세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해 3년 동안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내년부터 당기소득의 일정액을 투자·배당·임금증가에 사용하지 않으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1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자기자본금 500억원 초과 기업(중소기업 제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4000여곳이 대상이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 적용됐던 정률공제(40%)는 퇴직급여 수준에 따른 차등공제(15∼100%)로 바뀌게 돼 연봉이 1억2000만원을 넘는 상위 1% 고액 연봉 퇴직자의 세부담은 평균 60만원 늘어난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경우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보다 세부담이 30% 줄어든다. 전용면적 135㎡ 초과 대형주택의 관리·경비·청소용역이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돼 대형 아파트의 관리비가 올라간다.

만 20세 이상이 가입 대상이었던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생계형저축과 통합돼 비과세종합저축으로 이름이 바뀐다. 가입대상은 고령자와 장애인 등으로 축소되며 납입한도는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해외여행자의 휴대품 면세한도는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라가고, 국세를 전액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세수가 568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담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9680억원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4890억원 줄어든다. 외국인·비거주자·공익법인 등은 890억원 증가한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부처 협의를 거쳐 9월 중순 국무회의에 상정한 뒤 같은 달 23일까지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우상규·이귀전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