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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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3일간의 기록] ⑥ 두려움 이겨내기

경찰서에 처음 들어선 순간 든 생각은 ‘두려움’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찰서에 드나든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나 역시 그랬다. 난생 처음 들어서는 경찰서는 삭막하고 차가웠다.

무작정 형사과에 들어가 밤 사이 발생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는 퉁명스런 짧은 대답뿐이었다. 그 순간 당황했고 무안하기도 했다. 몇 개의 질문을 더했지만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다른 경찰서로 이동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지만, 우산을 써야겠다는 정신적인 여유조차 없었다. 선배에게 정해진 시간까지 취재한 내용을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서는 내게 관대한 곳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기자라며 인사를 하고 사건에 대해 물었을 때 순순히 말해주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결국, 첫날 밤 내가 성공한 취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다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음날부터는 다짜고짜 사건에 대해 묻지 않고 먼저 안부를 물었다. 그제서야 ‘대화’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사건사고를 다루는 직업이란 점에서 경찰과 작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동질감이 당장 취재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경찰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선배는 경찰서 내에도 많은 부서가 있는데 일부 부서에서만 취재를 한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경찰의 업무가 이토록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름만 보고는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조차 안 되는 부서도 많았다. 망설임 끝에 해당 부서에 찾아가 담당 업무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경찰은 내가 ‘수습‘기자인 것을 알았는지 친절히 설명해줬다. 부서에 대한 이해가 되자 비로소 취재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조금씩 감이 잡혔다.

하루하루가 지나며 느끼는 것은 기자란 직업의 무거움이다. 대학 때 학보사에서 기자생활을 했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취재과정에서 내가 사소하게 놓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세상에 전달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지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다.

수습 3일 차, 평균 수면시간은 1시간 안팎에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지만, 취재에 성공했을 때에는 희열을 느낀다.

고작 3일이지만, 내게는 3년 같은 시간이었다. 힘들지만, 새싹이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듯, 지금의 경험들은 내가 앞으로 훌륭한 기자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겨낼 것이라 다짐한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