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이라는 시간 차이만큼 부담도 컸다. 게다가 원작의 여주인공은 ‘만인의 연인’이었던 故 최진실이다. 여기에 ‘리메이크’라는 부담도 더했다.
“걱정을 많이 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건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민아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조정석과 호흡이 어땠냐”는 질문에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 사람”이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남녀 주인공으로 만나 연기를 펼쳐야 하는 만큼 마음이 편해야 이런저런 연기가 나오는 법인데, 그런 점에서 조정석은 신민아만큼 마음을 빨리 열었고, 그 덕분에 두 사람은 대화도 잘 통하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됐다. '비슷함'의 대상은 바로 신민아였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난 1990년 개봉됐던 작품으로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평범한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신혼생활 펼치는 이야기를 다뤘으며, 단순하지만 소제목을 붙이고 옴니버스식으로 꾸며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알콩달콩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이가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24년이 흐른 2014년, 신민아와 조정석이 만나 그 시절 최진실과 박중훈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신민아는 “‘눈만 마주치면 뭐든 하는’ 신혼부부를 표현하려 했다”며 “뻔한 연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입을 뗐다. 그는 “실제로 대본에 영민(조정석 분)과 미영(신민아 분)의 알콩달콩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고, 과감한 노출연기도 감행했다”고 웃었다.
신민아는 보는 이의 입에서 “그걸 왜 했어”라는 말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리메이크’는 성공하면 본전이고, 실패하면 ‘그럼 그렇지’라는 비판을 낳기 쉬워서다.
신민아도 원작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명절 연휴에 (작품을) 많이 본 기억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면을 재밌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왜 했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며 스스로도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결혼 이야기를 다루니 당연히 ‘연애’와 ‘결혼’ 관련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신민아는 여자다. 남자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연애’ 혹은 ‘실연’ 등을 생각하는 신민아의 마음은 남자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신민아는 “남자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여자들은 (연인과) 헤어지면 과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현실에 집중하려 하고, 애써 (과거를) 찾으려 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정리하려고 노력한다”며 “합리화시키려는 면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점점 ‘남녀의 심리’로 무게중심을 기울였다. 그는 “남자의 심리를 좀 알게 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
신민아는 “여자들은 대화하려고 하지만, 남자들은 쉬고 싶어 한다”며 “일이 힘들어서 쉬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은 없지만, 실생활에서는 여러 상황에서 비롯되는 ‘오해’가 생긴다”며 “솔직하지 않은 데서 빚어지는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자는 속상하면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게 신민아의 설명이다.
신민아는 아직 결혼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일을 해온 터라 아직 ‘먼 일’이라고만 생각한 채 마음속에 넣어뒀다. 그는 “요즘 ‘결혼’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어쩌면 내게도 가까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고 웃었다. 결혼을 ‘연애’처럼 하고, 연애를 ‘결혼’처럼 하고 싶다. 신민아의 입에서 나온 결론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신민아는 드라마와 깊은 인연이 없다. 그의 ‘필모그래피(Philmography)’를 보면, 데뷔 후 찍은 드라마는 7편이다. 그나마 최근 작품은 지난 2012년에 방송된 ‘아랑사또전(MBC)’이다. 반면 영화는 10편이 넘는다.
신민아는 “드라마를 2년에 한 번씩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다”라며 “인연이 안 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세어보니 몇 년이 흘렀다”며 “부지런히 찾고 고민해야 할 시점 같다”고 웃었다.
‘배우’ 아닌 신민아. 그에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신민아는 “(배우를) 안 했으면 뭘 했을까라는 상상은 하기 어려웠다”며 “지금 내 일이 좋고, 오래 한만큼 행복을 느끼고, 만족감이 들 수 있게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느덧 신민아도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다. 30대는 여배우에게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신민아도 나름대로 변하고 있었다.
신민아는 “주위에서 나를 어른스럽게 봐주신다”며 “점점 어른스럽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지 않느냐”며 “물론 20대도 어른이지만, 환경이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0대가 되니) 마음이 더 편해진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문득 ‘이상형’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신민아는 평소 배우 박해일을 이상형으로 꼽아왔다. 그렇다면 함께 호흡을 맞춘 조정석은 어떨까. 결국 신민아에게 “박해일과 조정석 중 누가 이상형에 가깝냐”는 나름 잔인한 질문이 던져졌다.
신민아는 “진지한 면을 지닌 사람이 좋다”며 “성향이 비슷한 사람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그코드가 맞아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도 좋다”며 “(그런 면에서)조정석씨가 좋다”고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신민아는 ‘연애’가 하고 싶다. 다만 아직은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한구석에 남아있다. 작품이나 남자나 ‘인연’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지 않느냐는 게 신민아의 생각이다.
인터뷰 말미,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신민아의 생각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허투루 가는 건 없다"며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일이 큰 상처가 되어서 그걸 극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일단 지금은 뭐든지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오는 10월8일 개봉.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