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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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회장 검찰 출석…조사 쟁점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EG 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 것은 문건 유출과 관련한 수사가 ‘정윤회 문건’을 넘어 ‘박지만 문건’까지 보폭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박 회장 조사를 통해 답보 상태인 검찰의 문건 유출 수사가 풀리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박 회장은 자신의 생일날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56번째 생일날 檢 조사 받는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15일 ‘정윤회씨의 지시에 의한 미행설’ 등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문건 사후처리 집중 추궁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유상범 3차장검사)은 15일 박 회장을 문건 유출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청와대 외부로 유출된 박관천(48)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게 된 경위와 받은 문건의 내용을 확인했다. 또 문건을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유출 문건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지난 5월12일 박 회장을 만나 A4용지 100여장 분량의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건네며 청와대 보안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렸다. 당시 취재팀이 건넨 문건은 대부분 박 회장과 그의 주변 인물들 동향을 담은 것이다.

박 회장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남재준(70)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건 유출에 대한 조사는 이후 흐지부지됐다.

박 회장은 검찰에서 “세계일보 측에서 박 회장 관련 문건이 유출됐다고 해서 만났으며, 문건 처리 과정은 기사에 나온 내용과 대체로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인 데다, 박 회장이 받은 문건의 행방도 묘연해 정 비서관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 여부도 확인

박 회장은 ‘정씨가 박 회장에게 미행을 붙였다’는 의혹과 관련한 조사도 받았다.

주간지 시사저널은 지난 3월 박 회장을 미행한 배후에 정씨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정씨는 이를 보도한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보도에 나온 대로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씨가 시켰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박 회장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하려 했으나 박 회장이 불응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박 회장을 직접 조사하게 됨에 따라 정씨와 박 회장의 ‘비선 실세’ 권력 암투설의 실체가 검찰에서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7인회’의 실체 여부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물었다. 청와대의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지목한 ‘7인회’에 박 회장의 측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회장이 이 모임의 실체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도 사실상 ‘7인회’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 150여명 몰려 장사진


박 회장은 이날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회장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만큼 검찰 청사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1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 방송사는 박 회장 자택과 사무실에서부터 박 회장의 검찰 출석 과정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오후 2시28분쯤 박 회장을 태운 은색 제네시스 승용차가 검찰 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코트와 회색 바지차림에 목도리를 한 박 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변호사와 검찰 직원이 뒤를 따랐다.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는 듯 주먹을 꽉 쥔 채 서서히 청사 계단을 오른 박 회장의 표정은 다소 긴장한 듯 굳어 있었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정씨의 검찰 출석 때와 달리 검찰에 별도로 신변보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알고 있는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 여기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세간에 떠도는 권력 암투설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박 회장은 질문이 연이어 쏟아지자 “왜들 그러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진과의 3분여간 승강이 끝에 박 회장은 서둘러 방문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성호·김민순·권구성 기자 com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