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이던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의 전남편 집을 찾아가 의붓딸 등을 인질로 잡고 5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해 온 40대가 흉기를 휘둘러 아내의 전남편과 의붓딸 등 2명이 사망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6분쯤 경찰 112상황실로 “재혼한 남편이 전남편(49)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는 A(44)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A씨의 전남편인 B씨의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A씨의 두 딸 등을 흉기로 위협하는 김모(47)씨와 협상에 들어갔다. A씨는 현장에 와서 김씨와 전화통화를 통해 인질극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흥분한 상태로 욕설과 고성을 계속 퍼부어댔다.
경찰특공대원들이 13일 오후 인질극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진입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
나머지 딸 1명과 B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 등 2명은 무사한 상태이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아무런 진술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인질극을 진압한 뒤 김씨를 조사한 경찰은 “김씨가 ‘아내가 전화연락이 되지 않아 외도를 의심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12일 오후 3∼4시에 아내의 전남편인 B씨 집으로 찾아가 “B씨의 동생이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집에는 B씨의 지인과 의붓딸 중 막내만 있었으며, 첫째 딸(19)은 그 이후에 집에 들어왔다. 김씨는 오후 9시쯤 B씨가 집에 들어오자 몸싸움을 벌였고, 부엌에 있던 흉기로 B씨의 얼굴과 목 등을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막내 의붓딸은 이날 오전 아내와 통화 중 격분해 목을 찌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으며, 정확한 시점은 조사 중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B씨를 살해한 뒤 B씨의 지인과 두 딸을 보자기 등으로 포박한 뒤 이날 오전 아내 A씨에게 전화해 범행 사실을 알렸다. 김씨와 아내는 2007년 재혼했으나 지난해 8월부터 별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인질극 진압작전과 관련, 경찰은 인질이 두 의붓딸만 있는 것으로 잘못 파악한 데다, 5시간이나 김씨와 대치하다 뒤늦게 특공대를 진입시켜 막내 의붓딸까지 숨지게 해 ‘잘못된 진압작전’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