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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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치느님'…美는 '베느님'?

우리는 흔히 치킨을 가리켜 ‘치느님’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한 남성이 음식을 종교로서 창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치킨이 아닌 '베이컨'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차이점이지만, 실제로 베이컨을 신처럼 받드는 종교가 있다는 뜻이다. 일명 ‘베이컨의 교회’라 불리는 이 종교의 신자는 수천명에 달한다.

‘베이컨의 교회’를 진지하게 볼 수도 그렇다고 장난으로 볼 수도 없는 이유는 ‘무신론자를 차별’하는 사회의 시선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신도들은 ‘베이컨의 이름으로’ 결혼했다는 사실을 교회 홈페이지에서 등록할 수 있다. 결혼식 외에 장례식이나 세례도 가능하다.

교회는 “신의 이름으로 결혼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결혼식을 제공한다”며 “만약 당신이 이미 결혼식 계획을 세워놓았다면 우리는 최대한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이가 있다면, 채소로 만든 베이컨이나 꿩으로 만든 베이컨을 위해 기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미국 앨라배마 주 출신인 존 화이트사이드가 지난 2010년에 세웠다. 화이트사이드는 과거 여객기 조종사로 근무했으며, 무신론자를 차별하는 사회에 대항하기 위해 교회를 설립했다.

화이트사이드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나쁘게 바라보는 시선은 없어져야 한다”며 “우리는 부도덕한 사람들도 아니고 비미국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이트사이드는 22일(현지시각) 미국의 한 은행에서 항의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결혼하는 신도를 위해 한 은행에 방문했는데, 당시 직원들이 신도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화이트사이드는 돈을 모두 뺀 뒤, 계좌를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은 여전히 ‘베이컨의 교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일대에 화이트사이드가 옥외 광고판을 세워 비난이 더 거세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화이트사이드는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해도 괜찮다”며 “오히려 주변의 조롱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조롱은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베이컨의 교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