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뉴욕주 퀸스 카운티 상급법원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회사를 대리할 변호인으로 리처드 벤-베니스테(Richard Ben-Veniste·사진)를 선임했다. 세계일보가 벤-베니스테가 속한 로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결과 그는 1970년대 초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한 검사팀의 일원이었다.
워터게이트는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 측이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설치된 야당 선거 캠프를 도청한 게 발각돼 의회에서 탄핵을 당하고 임기 중인 1974년 중도사퇴한 사건이다. 벤-베니스테는 1973년부터 1975년까지 워터게이트 특별검사팀장으로 일했다.
그는 이후 정부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2009년부터는 9·11테러와 관련해 설치된 10명의 조사위원회 멤버로도 활약했다.
벤-베니스테는 유명한 인명사전인 후즈후 미국판에 1975년 이름을 올렸고, 1983년에는 미국 최고 변호사, 1992년에는 워싱턴DC 최고 변호사 등에 선정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벤-베니스테는 대한항공과 김씨 소송과 관련해 한국 기준으로 보면 ‘전관’이다. 그는 1968년부터 워터게이트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1973년까지 뉴욕주 연방검사로 활동했다.
벤-베니스테가 대한항공과 함께 소송을 당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변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법원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따로 명단이 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벤-베니스테가 제출한 선임계에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HEATHER HYUN-A CHO and KOREAN AIRLINES CO. LTD)의 변호인으로 되어 있다. 대한항공이 땅콩회항 뒤 사직해 공식적으로 관계가 청산된 조 전 부사장을 함께 대리하는 것에 대한 여론 반발 등을 의식해 별도로 명단을 등록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그를 변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