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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성모, 곳곳에 바이러스… 에어컨 통해 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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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환자 입원 병실 환기구 없어 "다른 병원보다 감염에 더 취약"… 에어컨 5대 중 3대 필터서 검출
보건당국이 5일 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고 밝힌 평택성모병원 전경. 이날 병원에서는 마스크를 쓴 취재진만이 목격될 뿐 주변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 입구에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잠정 휴원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고수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의료기관 비공개 원칙을 접고 메르스 확산 발원지인 경기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들의 자진신고를 요청했다. 해당 병원에 대한 방역실태 조사 결과 곳곳에서 바이러스 조각(RNA)이 발견되는 등 이 병원의 메르스 감염 실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이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총 30명(73.2%)의 2차·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복지부는 5일 평택성모병원의 병실이 감염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져 메르스의 급속한 전파에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역학조사에 참여한 한양대 최보율 예방의학과 교수는 “병실마다 환기구와 배기가 있어야 하는데 첫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에는 그런 시설 없이 에어컨이 있었고, 밑으로 여는 작은 창문만 있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바이러스 비말(날아 흩어지거나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상당히 오랜 기간 축적·생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문고리, 화장실, 가드레일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의 RNA가 검출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다섯 개의 병실에서 에어컨 필터를 꺼내 확인한 결과 3개의 에어컨 필터에서 RNA가 발견돼 비말이 확산돼 퍼져나갔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5일 보건당국이 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병원이 평택성모병원이라고 공표했다. 인기척이 뚝 끊긴 이날 오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병원 앞을 지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최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해당 병실이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한 구조로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이 이뤄졌을 수 있다. 최초 감염자가 기침을 할 때 공기 중에 나온 메르스 바이러스가 환기되지 않은 채 병실 안에 고농도로 쌓여 있다가 이를 빨아들인 에어컨이 공기를 배출하면서 바이러스를 가스(에어로졸) 상태로 함께 내뿜어 전파됐다는 가설이다.

이에 대해 평택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메르스 환자인 줄 모르고 입원·치료한 것이 잘못인가”라며 “보건당국이 초기대응을 잘못해 놓고 지역 병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기구는 없어도 창문을 열어 환기가 됐다”며 “이 설명대로라면 정부가 부정하는 공기감염이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따졌다.

메르스 확산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낙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지역 모 낙타체험 관광업체가 5일 영업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낙타들이 격리조치돼 있다. 낙타는 메르스의 감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변이됐는지 여부를 밝히기로 했으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연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분석 중에 있고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연구실과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 곳이 유전자 분석을 끝냈다 해도 다른 기관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메르스 진료현장을 긴급 점검하고 의료진과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수립해 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하고도 아직까지 컨트롤타워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위기대응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메르스와 관련된 제반 정보를 의료기관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