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범죄가 2013년 ‘4대악’으로 지정된 뒤 가정보호 사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보호처분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 보호처분을 집행할 수 있는 시설이 엉뚱하게 지정돼 있거나, 보호처분을 집행할 인력과 예산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감호위탁 명령을 받은 가해자가 구금되는 곳이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이 정한 시설’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법체계상 피해자 보호시설에 가해자가 함께 구금돼야 하는 상황이란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원은 감호위탁 명령 결정을 주저하게 되고 자연히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같은 기간 치료위탁과 보호관찰 명령은 각각 189건, 5289건 내려졌다.
이 같은 상식 밖의 법 조항을 바꾸기 위해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2012년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수사기관의 처벌 의지와 인력, 예산 등의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정보호 사건은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가정해체 방지’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목적으로 도입했는데, 막상 수사기관은 ‘가정해체 방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상희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은 “심각한 가정폭력 사건이 재발해도 법무부 보호관찰관은 그저 ‘부부싸움’ 정도로 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보호처분을 실질적으로 집행·관리할 인력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점도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법무부의 보호관찰 관련 예산은 2013년 84억7500만원에서 2014년 88억5600만원으로 약간 증가했으나, 올해는 2억원 가까이 감소한 86억8300만원에 그쳤다.
법원의 가사조사관 역시 부족하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가정법원에 22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일본 도쿄가정재판소에는 117명이 배치돼 있다.
더욱이 보호처분 명령을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가 2012년 12건에서 지난해 163건으로 급증한 점 등을 감안하면 가정보호 사건 관련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근접성으로 인해 위험이 매우 높은 반사회적 범죄”라며 “가정폭력에 따른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물론 자녀의 안전도 적극 고려할 수 있게끔 법과 실무 모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