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한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퇴근길에 독백처럼 나온 내레이션이다. 평범한 30대 중반의 커리어 우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같은연령대 직장 여성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 드라마 여주인공 같이 우리 주변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신의 길을 걷고 있는 30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독신남녀를 포함한 1인 가구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중견기업 홍보과장인 김모(39·여)씨는 ‘골드 미스’로 불리는 독신주의자다. 김씨는 “20대 중반에 조건에 맞는 남자를 찾아다녔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회사일에 집중하고 생활하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0대 끝자락에 선 그녀는 회식 때마다 “결혼하지 않느냐”는 조롱 섞인 물음에 결국 얼마 전 독신선언을 했다. 김씨는 “선언 후 부서장이나 직원들의 눈빛이 안쓰럽다는 듯이 느껴져 후회하고 있다”며 “차리라 결혼 못하는 노처녀라고 말을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박씨는 이런 생각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남자가 가정도 못 꾸리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독신으로 살겠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이 5년마다 발표하는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5년 319만가구에서 2010년 415만가구로 증가했다. 향후 가구 통계를 전망하는 장래가구 추계에서도 2015년 506만가구, 2020년 588만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독신자들을 포함한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독신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독신주의자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만큼 사회도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독신과 1인 가구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지만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며 “배려의 시각에서 이들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골드 미스로 대표되는 독신 여성들과 달리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독신 생활을 이어가는 30대도 있다.
중소기업 사원인 이모(38)씨는 소개팅도 하고 맞선도 보고 있지만 번번이 퇴짜 맞기 일쑤다. 그는 “중소기업 사원도 결혼상대로 괜찮다던 여성들이 막상 ‘연봉이 3000만원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난색을 표한다”며 “지금은 스스로 반독신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상당수가 이씨와 같이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예비 독신자로 남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1인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얼마나 더 혼자서 생활을 할 것인지’ 묻자 46.7%가 ‘2∼3년 정도’, 22,6%가 ‘6년 이상’, 15.5%가‘4∼5년 정도’로 답했다. 향후 결혼 계획에 대해서는 44.8%가 ‘지금은 여의치 않지만 언젠가 할 것이다’라고 답했으나 36.4%는 ‘상황에 따라 할 수도 있다’면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구원의 최정원 연구위원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골드 미스와 달리 실제로는 경제적 여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1인 가구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를 완화해 줄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