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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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월 '사상최장' 흑자에도 불안한 금융시장

불황형 흑자 이어가…수출 11.7%·수입 17.7%나 감소
外人 주식 자금↓·채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지난 8월 84억6000만달러로 지난 2012년 3월 이후 42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1986년 6월부터 이어졌던 38개월간 흑자기간을 훌쩍 넘어선 기록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쳐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그 어느때보다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5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달보다 8억달러 가량 줄어든 8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 출렁이는 8월 금융시장 보여주는 금융계정…外人 주식 자금↓·채권↑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와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하가 겹치면서 8월 한달간 금융시장이 극심한 몸살을 앓았던 게 금융계정에 고스란히 남았다. 외국인의 주식자금 유출은 2년 2개월래 가장 규모가 컸지만 안전자산인 채권자금은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유출초(자본이 국외로 나간 것) 규모는 91억2000만달러로 전월(102억1000만달러)에 비해 10억달러 가량 축소됐다. 이는 직접투자의 유출초 규모는 외국인직접투자가 줄어들면서 1억2000만달러에서 4억2000만달러로 확대됐으나 증권투자 부문의 유출초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증권투자의 유출초 규모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순회수로 전환되고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증권투자의 순유출 규모가 줄면서 전월 71억5000만달러에서 23억5000만달러로 축소됐다.

특히 8월 한달간 국내 주식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38억8000만달러나 나가 2013년 5월 (51억7000만달러)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유출됐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채투자 등 부채성 증권은 8월에 1억4000만달러 유입으로 전환됐다. 한달새 28억8000만달러가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 거주자들은 해외증권투자를 회수했다. 8월중 증권투자 자산 규모는 13억9000만달러로 2011년 10월 3억7000만달러의 자금이 회수된 이후 3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순회수를 기록했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세계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해외주식시장의 영향으로 거주자들이 사들인 해외주식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타투자의 유출초 규모는 은행 등의 단기콜론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월 29억5000만달러에서 85억3000만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이는 1997년 12월(109억6000만달러) 이후 최대치이다.

출렁이는 금융시장 때문에 외환보유액인 준비자산은 3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 ‘불황형 흑자' 보이는 경상수지

4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수출이 늘어 발생하는 흑자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8월 상품수지 흑자는 89억7000만달러로 전월의 100억5000만달러에서 줄었다. 수출은 431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7% 감소했고 수입은 342억1000만달러로 같은기간 17.7%나 줄어들었다. 통관기준으로는 수출과 수입은 각각 14.9%, 18.3% 쪼그라들었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상품 수출 감소, 가공 및 중개무역에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패널 철강제품 등 화공품들의 일부 수출 주력품목도 전년 동월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전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악화됐던 여행수지가 개선(-14억5000만달러→-10억6000만달러)됐고, 운송수지가 흑자로 전환(-1억8000만달러→1억1000만달러)하면서 7월 19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13억4000만달러 적자로 축소됐다.

급료·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의 흑자규모는 이자수입이 감소하면서 전월 12억8000만달러에서 9억1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전소득수지는 전월과 마찬가지로 1억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