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캣맘에 투석 초등생 "옥상서 낙하실험"

친구 2명과 … 호기심이 참변 불러
경찰에 벽돌 투척한 사실 자백
형사 미성년자라 처벌 불가능
9세 추정 1명은 신병확보 못해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여성이 위쪽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으로 드러났다. 당초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에 대한 증오 범죄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는 달리 초등학생의 장난이 참변으로 이어졌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40분쯤 용인 수지구의 한 18층짜리 아파트 화단에서 박모(55·여)씨와 또 다른 박모(29)씨가 고양이집을 만들던 중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50대 박씨가 숨지고 이웃 아파트에 사는 20대 박씨가 다쳤다. 

경기도 용인 ‘캣맘’ 벽돌 사망사건 용의자인 A군이 ‘낙하속도 실험’을 한 현장인 아파트 옥상(위 사진). A군은 3∼4호 라인 옥상에서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을 던진 뒤 5∼6호 라인 옥상으로 건너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 사진은 18층 옥상 벽돌 투척지점 옆 계단에서 내려다 본 사건 현장(붉은 원).
경기경찰청 제공, 용인=연합뉴스
경찰은 벽돌이 바람 등 비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떨어졌을 가능성, 누군가 던졌을 가능성 등을 놓고 수사해 왔다. 하지만 아파트 벽면에서 현장까지 거리가 7m에 이르는 데다 벽돌 무게가 1.82㎏에 달해 자연적인 낙하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피해 여성이 해당 아파트단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집을 지어주는 활동을 해온 터라 길고양이 내지 캣맘에 대한 혐오증이 범죄와 관련 있을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경찰은 아파트 내부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해 사건시간대 아파트 104동 5∼6호 라인 또는 옥상에 있었던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 20여명을 추려 조사해왔다. 또 5∼6호 라인 엘리베이터와 출입구 CCTV 영상을 분석해 왔다. 이와 별도로 사건 직후 옥상에서 어린이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도 확보했다.

9일간의 수사에도 이렇다할 단서가 드러나지 않자 같은 동 다른 라인 CCTV 영상도 분석해 조사하던 중 이 아파트에 사는 A(9)군이 사건 당일 오후 4시쯤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친구 2명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직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사실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A군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A군이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해보기 위해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만에 떨어질까’를 놓고 놀이를 하던 중 옥상에 쌓여 있던 벽돌 하나를 아래로 던졌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 옥상에서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벽돌도 발견됐다.

범행 직전 이들은 3∼4호 라인 옥상에서도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을 아래로 던져본 뒤 5∼6호 라인 옥상으로 건너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A군과 친구들은 벽돌을 던진 뒤 아래에서 사람이 맞았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벽돌은 A군이 투척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함께 있던 친구 2명 중 누군가가 벽돌 투척을 시켰을 가능성도 있어 이들 2명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현재 경찰은 A군과 함께 있던 2명 가운데 1명(11)은 특정해 조사했으나 나머지 1명(9세 추정)은 A군 등도 이름만 아는 사이여서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일행 1명을 찾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A군의 진술과 정황 등을 감안할 때 A군이 ‘누군가 벽돌에 맞아 죽어도 좋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로 벽돌을 던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범죄의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A군은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여서 형사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용인=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