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같은 반응이 몰려왔다. 소셜미디어에 5억건 이상의 반응이 올라왔고 이 소식을 다룬 NBC방송 뉴스 동영상은 역대 최다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프라이스 CEO는 자기 몫을 줄여 노동자를 돕는 ‘현대판 로빈후드’로 치켜세워졌다. 2000년 이래 실질임금 인상률이 제자리를 걷고 있는 미국 내 ‘임금인상-소비지출 증가-경제성장’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쟁에도 불이 지펴졌다.
역풍은 더 컸다.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언론들은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뭇매를 가했다. 실제로 직원 2명이 “회사에 출근도장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돈을 번다”며 사표를 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방송인 러시 림바우는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이 회사를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조롱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어떤 운명을 맞고 있을까. 미 경제전문매체 INC닷컴은 그래비티가 그간의 비관론을 잠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매출과 이익이 종전의 2배로 늘었다. 가격 인상, 서비스 악화를 우려한 일부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긴 했으나 2분기 고객 유지비율은 95%로 3년간 평균 91%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월 평균 30건이던 고객 문의는 2000건으로 급증했다. 회사를 떠난 이들의 자리는 신규 인력으로 채워졌다. 지난 9월에는 태미 크롤(52)이 야후 임원직을 때려치우고 그래비티에 입사했다. 연봉이 80%가량 줄었다는 크롤은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다. 이제는 뭔가 재미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 영업사원 개럿 넬슨은 “사람들은 다들 프라이스가 미쳤다고 말하지만, 임금 인상이 직원들의 활력을 북돋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프라이스 CEO는 “최저연봉 인상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며 “이 조치로 인해 회사가 침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