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중고차 매매업 관계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대포차의 시점에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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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차로 포장되어 불법 판매된 외제차 자료사진 |
사채업자는 3개월 안에 원금을 갚지 못하거나 이자가 밀리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차량포기 각서’와 다른 사람이 담보차량을 운전해도 된다는 내용의 ‘운행동의서’ 서명을 받아갔다. 사채업자는 정확히 3개월 만에 다시 나타나 나를 데려갔다. 그렇게 나는 하루아침에 ‘대포차’ 신세가 됐다.
업계에서는 전국에 나 같은 처지에 놓인 차가 1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나처럼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겼다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인채권 차량’의 비율이 60% 정도 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파산한 회사 명의이거나 아예 대포차 유통을 목적으로 세운 유령 법인에서 태어난 법인채권 차량으로 추정된다. 노숙인, 장애인 등의 명의로 불법 개통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우리를 범죄에 악용하려는 조직폭력배나 정상적으로 차량을 등록할 수 없는 채무불이행자, 불법체류자 등이 주인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우리를 찾는다. 싼값에 고급차를 이용해보려는 허영심에 우리를 사가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새 주인을 만난 후부터 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밥먹듯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의무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채 나를 함부로 몰고 다녔다. 어차피 과태료는 첫 주인에게 부과되고,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명의가 달라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혹사당하고 있다.
밀린 세금과 과태료가 부담이 되는 걸까. 경찰은 나를 압수하고 번호판을 영치 조치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나를 찾으러 오지 않고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