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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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통사 복원 10주년, “우리모두 통일보살 되자”

천태종-조불련, 개성 영통사 기념법회서 평화통일 발원

 

개성 영통사 복원 10주년 기념법회 이모저모.
고려 천태종을 개창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출가ㆍ열반한 도량인 개성 영통사( 靈通寺) 복원 10주년을 맞아 남북 불교계가 개성 영통사에서 평화통일을 발원했다.

남측 천태종(총무원장 춘광 스님)과 북측 조선불교도연맹(공동위원장 지성 스님ㆍ강수린, 이하 조불련)은 3일 개성 영통사 보광원(普光院) 앞에서 에서 ‘영통사 복원 10주년 기념 평화통일기원 남북합동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에는 남측에서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 종의회 부의장 무원ㆍ총무부장 월도ㆍ재무부장 월중ㆍ사회부장 설혜ㆍ천안 만수사 주지 개문 스님,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장 등 70여명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조불련 위원장 지성 스님, 부위원장 연남 스님과 차금철 서기장, 영통사 주지 혜명ㆍ평양 광법사 주지 수덕ㆍ평양 정릉사 주지 룡산ㆍ평양 법운암 주지 대평 스님, 리현숙 전국신도회 부회장을 포함한 13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법회는 남측 천태종 총무국장 덕중 스님과 북측 영통사 주지 혜명 스님이 공동사회를 맡았으며, 천태종 총무부장 월도 스님의 영통사 복원 10주년 경과보고로 시작됐다.

이날 춘광 총무원장은 기념사에서 “남측 천태종과 북측 조불련이 합심해 낙성한 영통사 복원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뜻 깊은 법회가 마련돼 기쁘게 생각하고, 참석해 주신 조불련 강수린 위원장 이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영통사 복원은 단순한 건축물만의 복원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공존 번영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도 영통사가 남북 불교계의 깊은 신뢰와 협력을 지켜가는 성지가 되고, 오늘 이 자리가 새로운 10년의 유대를 이어가는 특별한 원력의 만남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원했다.

앞서 북측의 지성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부처님께서는 자기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북남이 힘을 합치면 못해 낼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통사가 불법이 넘쳐나는 도량이 되고, 천태종도들이 바라는 개성 성지순례도 계속 이어가야 하며, 우리 모두 통일보살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천태종 종의회 부의장 무원 스님과 조불련 차금철 서기장은 공동발원문에서 “오늘의 합동법회는 우리 민족의 첫 통일국가였던 고려의 명찰 영통사 복원 1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법석”이라고 의미를 되새기고, “통일고려의 넋을 이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북과 남의 모든 사람들이 통일보살이 되는 소중한 순간이 되도록 지혜광명을 내려주시옵소서”라고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기념법회 후 춘광 스님은 직접 쓴 ‘상락아정(常樂我淨)’이라는 서예 1점을 비롯해 소형 범종, ‘마하지관’ 등을 지성 스님에게 전달했다. 무원 스님도 직접 쓴 ‘인화성사(人和成事)’이라는 서예 1점을 지성 스님에게 선물했다.

남북한 양측 불교도들이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진영이 봉안된 개성 영통사 경선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이어 양측 불교도들은 대각국사 진영이 봉안된 경선원(敬先院)을 참배해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덕을 칭송했다. 이어 북측에서 새로 개통한 새 도로를 이용해 관음사와 박연폭포, 고려박물관을 둘러본 뒤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천태종은 2003년부터 북측 조불련과 함께 16세기 화재로 폐사된 영통사 복원불사를 시작했다. 이후 2년 간 16회에 걸쳐 기와 46만 여 장을 비롯해 단청재료, 중장비, 조경용 묘목, 창틀ㆍ유리 등 복원에 필요한 자재를 육상으로 수송해 1만 8000여 평 규모에 전각 29곳을 복원해 옛 영통사의 위용을 드러냈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