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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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트콤 세계로 빨려 들어간 쌍둥이 남매

EBS1 일요시네마
소심한 성격의 고등학생 데이비드는 TV 시트콤 ‘플레전트빌’의 열렬한 팬이다. 그런 오빠가 마음에 들지 않는 쌍둥이 여동생 제니퍼는 엄마가 집을 비우던 날,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한다. ‘플레전트빌’의 연속방송을 기다리던 데이비드는 남자친구를 초대한 제니퍼와 TV 리모컨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TV 리모컨이 부서진다. 때마침 남매의 집을 방문한 의문의 TV 수리공은 이들에게 새 리모컨을 건네고, 남매는 이를 두고 또 한 번 실랑이를 벌이다 시트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트콤 속 단란한 가정의 아들, 딸이 된 데이비드와 제니퍼. 1990년대를 살고 있던 이들 남매의 등장은 평온하기만 했던 1950년대의 플레전트빌에 일대 혼란을 일으킨다.

EBS1 ‘일요시네마’는 29일 오후 2시15분 게리 로스 감독의 1998년작 ‘플레전트빌’을 방송한다.

영화 ‘플레전트빌’의 주인공들은 완벽하게 보였던 시트콤 속 1950년대 가정을 경험한 뒤, 불완전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며 살 수 있는 현재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EBS 제공
데이비드가 TV 시트콤 ‘플레전트빌’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자신의 가정과는 다른 따뜻한 가정의 모습 때문이었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플레전트빌은 사실 인간의 감정이나 욕망이 억제돼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다. 1950년대 미국은 실제로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 갈등이 억눌려 드러나지 못했던 사회였다. 시트콤 속으로 들어간 데이비드는 이를 경험하면서 플레전트빌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곳이었음을 깨달아 간다.

한편 제니퍼가 퍼뜨린 생생한 감정의 기운들은 흑백 세계인 플레전트빌을 점차 컬러로 변화시킨다. 플레전트빌 사람들은 개인의 욕망을 맞닥뜨리면서 본연의 색깔을 찾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완벽한 플레전트빌을 묘사하면서 반대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현실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그려낸다.

김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