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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에는 말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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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에는 부디 제가 말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소년의 눈은 빛났다. 그러나 입에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소년은 수화(手話)로 올 크리스마스에 가장 바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잉글랜드 노스요크셔주 레드카 카운티에 사는 로스 그리피츠(5) 이야기다.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스는 생후 16개월이던 2012년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단 한 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엄마!” “아빠!”를 외쳤겠지만, 그날은 울기만 했다.

로스의 엄마 베키는 아침부터 아들이 울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베키는 믿을 수 없었다.

로스는 처참했다. 울기만 할 뿐 말하지 못했다. 지난밤 자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를 웅얼거리던 로스 입에서는 어떠한 단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로스는 두 번째 생일을 앞두고, ‘말’을 잃어버렸다.



3년 넘게 시간이 지났다. 베키와 그의 남편 크레이그는 그동안 아들을 데리고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의사들은 아무 설명도 하지 못했다. 밤사이 말을 할 수 없게 됐다면 누가 그 병명을 쉽게 진단할 수 있을까?

최근에야 베키 부부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됐다. 2주 전, 부부를 만난 한 병원 의사는 로스의 15번 염색체 일부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즉, 염색체 이상으로 로스의 언어능력이 하룻밤 사이 아기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베키 부부는 아들이 지난날처럼 말할 수 없다는 것만은 알았다. 베키는 이따금 머리를 휘젓는 아들을 발견했는데, 이는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는 로스가 답답한 마음에 한 행동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로스를 위한 전문치료가 시행된다면, 그가 예전처럼 말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는 사실이다. 로스는 지난 1월부터 단어 한두 개씩 말하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완전한 문장은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는 오는 12일(현지시간) 미들즈브러의 한 쇼핑몰에 있는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계획이다. 크리스마스에는 부디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그게 지금 로스의 유일한 소원이다.

사실 로스는 그동안 바깥에서 좀처럼 수화를 하지 않았다. 손으로 말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서다.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에서 산타와 수화로 대화하는 소녀 영상을 본 뒤, 로스는 용기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베키는 “로스에게 ‘산타와 수화로 이야기하고 싶어?’라고 물었다”며 “그때 아들은 재빨리 ‘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는 산타와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네티즌들은 로스가 예전처럼 다시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베키 부부도 마찬가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