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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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연말 맞아 노래방 댄스 수업 인기… 강아지 다루는 법까지 배워

별별 ‘생활코칭’시대
바야흐로 ‘생활과외’의 시대다. 생활과외는 영어, 수학, 미술, 피아노, 태권도 등 주로 입시용인 학습·예체능 과외와 달리 주로 성인들이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코치받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유·무료로 진행되는 과외종류도 연애방법, 직장 내 개인기를 비롯한 ‘인간관계술’ 등 다종다양하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들보다 튀어야 산다’는 심리와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호막과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는 환경, 스타일도 구매할 수 있다는 신세대 의식 등이 이런 세태를 낳고 있다.

최근 댄스학원에 등록한 직장인 한모(36)씨는 노래방에서 간단하게 출 수 있는 춤부터 탬버린을 활용한 동작까지 일대일 ‘노래방 댄스 과외’를 받았다. 한씨는 18일 “춤과 노래를 같이 배우기 위해 노래 학원을 찾는 동료도 봤다”면서 “확실히 몇 가지라도 배우니 단기간에 실력이 금방 늘어 송년회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댄스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권혁진(37)씨는 “개인과외를 통해 댄스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사람이 많다”며 “‘선생님 덕분에 회식자리에서 인정받았다’는 수강생들의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장기자랑을 해야 하는 신입사원이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임원 등이 주로 찾아 온다”며 “잘 노는 사람이 대우받는 시대, 개인기 자체가 능력이 되는 시대라 (댄스과외)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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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사, 축사 등 즉흥 스피치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 직장 안팎의 다양한 회식이나 접대자리, 동창회,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모임에서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돋우고 서로 격려하는 차원의 ‘건배사·축사’ 문화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입대를 앞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입대 과외’도 성업 중이다. 특히 통역병·정보보호병이 되면 대부분 군단급 이상의 상급부대 본부에 배치되고, 전역 후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통역병과 정보보호병 시험 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서울에만 강남, 노량진, 영등포 등지에 10여 곳이 문을 열었는데, 통역병 학원은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군사용어가 포함된 문서 번역이나 통역기술을 가르친다. 정보보호병 학원은 지원 시 가산점을 주는 ‘국제공인네트워크자격증’ 수업이 진행된다. 통역병 입대 학원에서 2010년부터 일했다는 한 강사는 “수강 인원은 많을 때 40명 정도 된다”며 “통역병 시험은 아무래도 군사용어가 많이 출제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학원을 운영한다는 정모(37)씨는 해외의 유명 아기용품을 사 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고 ‘해외직접구매’에 눈을 떴다. 싼 가격에 품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었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 무료과외를 한다는 글을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렸더니 금세 100여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약 400명이 자신에게서 해외직구 수업을 들었다는 정씨는 “수강생 대부분이 지나치게 비싼 우리나라 아기용품 가격에 지친 어머니들”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숫기가 없는 직장인 배모(29)씨는 최근 용기를 내 스피치 학원에서 진행하는 ‘유머 과외’의 문을 두드렸다.총 10차례 수업을 듣고 50만원을 지불한 배씨는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고 자신감도 붙어 만족한다”면서도 “사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과외가 유행하는 이유를 치열해지는 경쟁과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찾았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경쟁사회로 치닫다 보니 남들보다 더 튀어야 된다는 경쟁의식이 발동한다”며 “일부는 어릴 때부터 과외를 받는 습관이 들어 어른이 된 뒤에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스스로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휘 중앙대 교수(심리학)는 “일본에서는 이 같은 과외 현상이 오래전부터 생겨났다”며 “성인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독립성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창 시절에는 세상에 정답이 있다고 믿었는데 막상 사회로 나오니 정답이 불확실해 그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과외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