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1년 넘게 현관문에 인분 테러…'누구냐 넌'

오늘 또 나타났다. 미치도록 잡고 싶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는 도대체 누구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 배우 송강호의 대사 중)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 시에 사는 왕씨가 ‘살인의 추억’을 봤다면 입에 담을 말이 분명하다.



사건은 작년 8월 시작됐다. 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 나타나 인분(人糞)을 문에 바르고는 도망쳤다. 처음에는 아무 일 아니라고, 장난이라고 왕씨는 생각했는데 같은 일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잠금장치를 연 왕씨는 조심스레 발로 문을 젖혔다. 집에 들어간 그는 잠시 후, 다시 나와 물과 걸레로 손잡이와 문에 묻은 변을 닦아냈다. 지겹다. 횟수만 따져도 수십번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왕씨는 누구에게도 원한 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분노케 한 적도 없다고 여겨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인분으로 복수까지 유발할 일은 없었다.



참다못한 왕씨는 올 3월, 현관문 근처에 감시카메라를 달았다. 다행히 며칠 후, 누군가 카메라에 잡혔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범인이 확실했다. 여자처럼 보였다. 그런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벽히 가려 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선글라스와 우산 등 몸 가릴 장비는 죄다 갖고 있었다.

왕씨는 중국 상하이스트에 “인분 테러가 주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어떤 때는 한 달에 몇 번일 때도 있지만, 일주일 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변을 문에 바르고 달아나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왕씨는 “속수무책”이라며 “테러를 막고 싶지만 매일 모니터만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경찰에도 신고하는 동시에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에게 5000위안(약 90만원)을 보상금으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왕씨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상하이스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