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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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팬투표 1위… 이젠 ‘허웅시대’

총 7만9766표 중 5만표 최다
외모 뛰어나고 기량 일취월장
許 전 감독도 못해본 영예 누려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가드 허웅(22·186㎝·사진) 앞에는 항상 ‘허재 아들’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허웅은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이름 날린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의 장남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연세대 3학년 재학 중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5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허웅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허웅이 ‘허재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허재 아들’ 허웅이 아니라 허 전 감독을 ‘허웅 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허웅이 올스타 팬투표에서 최고 인기 스타로 뽑혔기 때문이다. 아버지 허 전 감독도 못해본 영광의 자리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7∼2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진행한 2015∼2016시즌 프로농구 올스타 투표에서 허웅이 총 7만9766표 중 5만518표를 얻어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고 21일 밝혔다. 양동근(울산 모비스·3만9724표)과 이승현(고양 오리온·3만9086표)이 허웅의 뒤를 이었다. 등록선수 153명의 중간선인 1988년생까지는 시니어 올스타, 1989년생부터는 주니어 올스타 후보로 구분한 뒤 1인당 하루에 3표씩 행사했다.

팬 투표가 시작된 2001∼2002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올스타 최다득표자는 허웅을 포함해 5명뿐이다. 2001∼2010년은 ‘오빠부대’를 끌고 다니던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양동근과 김선형(서울 SK),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이 번갈아 차지했다.

허웅은 연세대 재학 중 ‘연세대 천정명’이라 불렸다. 그는 아버지의 명성에 배우 천정명의 외모까지 닮아 대학 시절 단번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외모만 뛰어나다고 올스타가 되진 않는다. 허웅은 지난 시즌 대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지난 시즌 41경기에 나와 평균 16분42초 뛰면서 4.8점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2경기를 뛴 이번 시즌에는 평균 32분14초를 누비며 출전 시간이 월등히 늘었다. 평균 기록도 12.34점 3어시스트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그의 진가는 승부처에서 더욱 빛난다.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돌파에 이은 패스와 슈팅은 허 전 감독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웅은 21일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뽑아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면서 “기대에 실망하지 않도록 코트에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웅은 지난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의 경험을 크게 성장한 비결로 꼽았다. 그는 “유니버시아드에서 외국의 키 큰 선수들과 부딪쳐 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한결 여유도 생겼다”고 자평했다.

KBL에서는 매 시즌 크게 성장한 선수에게 기량발전상(MIP)을 준다. 허웅은 “팀의 우승과 함께 기량발전상을 꼭 타고 싶다”고 목표를 드러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