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한 무슬림 소녀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가족이 조만간 미국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다.
올해 여덟 살인 소피아 야시니는 가방을 쌌다. 그가 좋아하는 바비인형과 피넛버터, 치약 등으로 안을 채웠다. 겨울이라서 부츠도 챙겼다. 언젠가 밖으로 쫓겨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하려는 생각이다.
소피아의 엄마 메리사는 이 같은 사연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메리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딸은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가방에 모두 챙겼다”며 “어느날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쳐 우리를 쫓아낼지도 모른다고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은 하루에 3~4차례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메리사의 게시물은 2만회 이상 공유됐다. 이들 사연은 AP통신 케리 픽 기자의 눈에도 들어갔다.
케리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녀가 얼마나 두려워할지 짐작돼서다. 그는 소피아에게 안정을 되찾아주길 원했다. 누구도 소녀를 해치거나, 그의 가족을 미국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고 싶었다.
케리는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군복무 중인 네티즌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케리는 군복차림의 사진과 함께 누구도 무슬림 소녀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글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올려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iwillprotectyou’라는 해시태그(#)도 첨부해달라고 당부했다. 해시태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같은 목적의 글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키(key)’ 역할을 한다.
반응은 뜨거웠다.
군복무 중인 한 남성은 트위터에 “아이는 절대로 두려움에 떨어서 안 된다”며 자신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사진 속 남성은 전투복을 입은 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다른 남성은 “내가 죽을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남성은 사진 속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쳐다봐 눈길을 끈다. "소피아, 넌 우리의 보호를 받고 있어"라는 군인도 있었다.
여성으로 보이는 네티즌도 동참했다. 그는 “소피아는 내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유”라며 “누군가를 도와줄 때는 절대로 종교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는다”고 트위터에서 말했다. 이 네티즌은 여군으로 추정된다.
사진만 첨부하지 않았을 뿐 무슬림 아이들을 지켜주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아이보호에 동참한 퇴역군인들께도 감사하다”며 “힘이 닿는 한 아이들이 공포에 떨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 고 입을 모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 뉴스·트위터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