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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루게릭병 母' 출산에 생일파티도…엄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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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주에 사는 아만다 베르니에(31)는 임신 2주가 됐을 무렵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루게릭병은 사지가 서서히 위축되는 증상을 보이며,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아만다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의 할머니와 엄마가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루게릭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이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의사들은 아만다가 출산도 못할 거라 생각했다. 만약 아기를 낳아도 출산 순간에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몸이 천천히 마비되는 상황에서 최장 열 달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냐고 많은 이들은 생각했다.

아만다는 이를 악 물었다. 그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아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싶었다. 자기는 엄마가 아닌가. 엄마로서 아기를 무사히 낳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만다는 출산 4개월 전부터 집중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비록 자연분만은 아니었지만 제왕절개 수술로 딸 아라벨라 그레이스를 무사히 출산했다. 몸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자연분만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었지만, 딸을 낳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겨우 첫 번째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출산도 하지 못할 거라던 의사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꺾었지만, 아만다는 젖을 제대로 물릴 수가 없었다. 낳은 아기를 품에 안았지만, 예전보다 악화한 몸 때문에 모유수유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만다는 두 번째 장애물도 뛰어넘었다. 그는 있는 힘을 짜내 아라벨라에게 모유수유하는 데 성공했다. 아만다의 힘겨운 수유기는 남편 크리스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도 공개돼 수많은 네티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만다는 세 번째 장애물도 이겨냈다. 출산과 모유수유에 이어 딸의 생일파티를 열 수 없을 거라던 의사들의 예측을 뒤집었다. 아라벨라의 첫 생일파티는 지난 11월에 열렸다. 그는 파티참석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고, 어떤 방식으로 파티를 진행할지 일일이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벨라의 생일파티에 초대할 이들도 아만다가 정했다.

아만다는 전직 소방관이었다. 그가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과거 소방관으로서의 경험이 작용한 덕분으로 보인다. 어려운 사람을 구하고 보듬었던 마음가짐 그대로 자신을 다독이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시키기 위해 밝은 모습으로 지내왔다.

아만다는 “내가 해내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심지어 의사들도 학계에서 나 같은 사례를 본 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기간을 꽉 채워 딸을 낳았다”며 “딸에게 젖을 먹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덧붙였다.



아만다는 처음 루게릭병 진단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진단 후, 아기의 첫 번째 생일파티를 준비했어요. 생일카드를 비롯해 크리스마스카드도 미리 만들어뒀죠. 혹시라도 아라벨라가 저 없이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지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만다는 희미하게 감췄던 소원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것이 정말 기뻤다. 그는 “내 손으로 직접 생일카드를 딸에게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딸은 생일카드를 귀하게 여겨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자기 없이 아라벨라가 살 것이 걱정되지만 아만다는 세상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가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아라벨라가 나중에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저의 사랑을 말해준다면 정말 고마울 거예요. 딸과 제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시간을 보냈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만다의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유행하면서 일부 외신에서 공개됐다. 당시 여러 매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도 아만다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가를 조명했다.

아만다는 세상을 떠나도 아라벨라 곁에 남을 거라 약속했다.

“루게릭병 진단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어요. 그토록 원했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점, 딸이 저 없이 홀로 살아야 한다는 점은 가슴을 무너지게 했죠. 그러나 모든 일은 그에 합당한 이유 때문에 벌어지는 거예요. 비록 죽더라도 딸 곁에서 수호천사가 될 거예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