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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가족따라 은행강도 소녀 "아빠 용서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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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애비 캣(21·여)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수십번 넘게 반성했다. 철없던 자신을 벗어던지고, 새 인생을 찾게 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또 고마워졌다.

애비는 지난 2012년 8월, 아빠 스콧과 오빠 헤이든을 따라 은행강도 짓을 벌였다. 그는 아빠와 오빠가 총을 들고 미국 텍사스주의 한 은행을 터는 사이 바깥에서 도주차량을 대기시킨 채 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들 가족은 두 달 뒤, 텍사스주의 또 다른 은행에서 돈을 훔쳤다. 앞서 5만달러(약 5800만원)와 10만8000달러(약 1억2600만원)를 훔쳐 이들 가족은 줄행랑을 쳤다. 그때 애비는 18세에 불과했다.


애비의 가족은 얼마 못 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재빨리 이들 신원을 파악한 뒤, 행방을 추적했다. 애비의 가족이 위장을 위해 물건을 샀던 가게의 공이 컸다. 경찰은 같은해 11월9일, 세 가족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은행강도 혐의로 기소된 스콧은 법원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텍사스로 이사 오기 전, 홀로 오리건주의 한 은행에서도 강도 짓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헤이든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는 2년 후, 가석방 자격을 갖추게 된다.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애비도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런 애비를 텍사스주 보안관 트로이 넬스는 딱하게 생각했다. 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도 짓을 벌인 만큼 그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직 애비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미성년자가 아니던가.



트로이는 “애비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였다”며 “그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GED(고졸 학력 인증서)’ 정도는 따게 해주고 싶었다”며 “나중에 출소할 경우 홀로 살 방도는 있어야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13년 수감된 애비는 2년여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고졸 학력 인증서를 취득한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의류기술까지 익힐 수 있었다. 애비가 모범수로 살았다는 판단에 사법당국은 그를 지난 10월 가석방했다.



애비는 현재 스티브, 수지 그레고리와 함께 살고 있다. 교도소 교육 자원봉사자였던 이들은 애비에게 바느질 등을 가르치면서 2013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레고리 부부의 도움 덕분에 애비는 패스트푸드점에 취직했다.

그레고리 부부는 미국 ABC 뉴스에 “소녀는 그런 일 때문에 철창신세를 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신께서 우리를 애비에게 인도해주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3년 ABC 뉴스의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애비의 사연을 접했다. 당시 이들은 애비가 ‘가족’이기 때문에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비는 “수지는 저에게 많은 것을 해줬어요”라며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고, 꼭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수지는 제 인생에서 ‘엄마’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라고 고마워했다.

여전히 은행강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애비는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다. 비록 소녀가 경험하지 않아야 할 일을 겪게 했지만, 엄연히 아빠기 때문이다. 그는 오빠와 아빠를 모두 용서할 생각이다.

“아빠를 향한 제 사랑은 무조건적이에요. 그것이 제가 아빠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네요. 그 사람은 우리 아빠에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아빠를 사랑해요. 물론 나중에도 그럴 거고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 뉴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