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상황은 그의 프로 데뷔 때와도 비슷하다. 김명진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7순위(전체 14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1m98의 좋은 신장에다 왼손잡이 라이트의 희소가치, 고교 때부터 ‘제2의 박철우’라 불리던 명성에 비하면 걸맞지 않은 순위였다. 전광인(한국전력)이 전체 1순위, ‘경기대 3인방’ 이민규-송희채-송명근(이상 OK저축은행)이 전체 2~4순위로 뽑힐 때 김명진은 밀리고 밀려 2라운드 지명을 받아들어야 했다.
이처럼 데뷔 3년 동안 수많은 난관과 맞서온 김명진은 포기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자신에게 돌아올 기회를 묵묵히 준비했다. 레프트, 라이트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훈련했다. 결국 3일 인천 대한항공전에서 그의 이런 노력이 빛을 발했다. 김명진은 이날 팀 내 최다인 21점을 폭발시키며 팀의 3-2 대역전승을 진두지휘했다.
팀이 세트를 내준 1, 2세트엔 단 3점에 그쳤지만, 이후 내리 따낸 3, 4, 5세트엔 18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4세트 활약이 압권이었다. 66.67%의 확률 높은 공격 성공률로 10점을 혼자 쓸어담으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김명진의 활약을 앞세워 삼성화재는 6연승을 달리던 대한항공을 꺾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다. 2016 리우올림픽 유럽예선전 참가를 위해 독일로 떠난 괴르기 그로저 없이 이룬 승리라 더욱 값졌다.
김명진은 “코트 안에는 없었지만, 뒤에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언제든 출전 기회가 오면 잘 해낼 준비를 했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린 뒤 “그로저가 왔을 때 ‘내가 팀에 필요 없는 선수가 되면 어쩌나’ 고민도 했다. 그때마다 감독님, (이)선규 형, (유)광우 형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오늘이 제 최고 모습은 아니다. 연습 때 더 잘 한 적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