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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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정치권, 국민의 사랑과 신뢰 회복 기대"

“개혁 실패땐 미래 30년 성장기반 공허한 메아리” 청와대 신년 인사회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신년인사회를 통해 경제활성화와 4대구조 개혁 완수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국회와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정치권이 스스로 변화해 민생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며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지난 한 해 국회와 정치권에 켜켜이 쌓인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정치개혁을 내세워 압박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애원도 했지만, 오히려 야당의 반발로 역풍을 맞기도 한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정치권 스스로의 변화와 개혁이 절실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특히 올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정치개혁에 대한 화두를 국민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색한 건배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신년인사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의 건배 제의에 잔을 들고 있다. 이날 행사엔 정 의장을 포함한 5부 요인 등 정·재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불참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박 대통령은 5분20초 동안의 발언에서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옛 말씀이 있다”며 경제활성화에 매진해 줄 것을 거듭 역설했다. 이전의 강한 톤으로 비판하지 않은 것은 야당과의 협상은 물론 여전히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이를 고려한 수위조절로도 보인다. 이날 신년회에서 박 대통령은 절박감을 호소할 때 정 의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제안하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식위정수(食爲政首·먹고사는 문제가 먼저)에 빗대어 화위정수(和爲政首)를 언급하면서 “‘화’가 정치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화합을 강조해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것을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의장은 ‘새신발(새해에는 신바람나게 발로 뛰자)’이라는 건배 구호도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6년 신년인사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신년회에서는 박 대통령과도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헤드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건배할 땐 서로 웃는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는 등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국가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불참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신년인사회에 야당 대표가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또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해 ‘소녀상 이전 보도’ 등을 거론하면서 왜곡보도가 자제돼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건배사를 할 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선거의 해가 되니까 자동으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