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다수 소주 제조사가 출고가를 올린 가운데, 맥주 제조사들 역시 가격 인상 딜레마에 빠졌다. 음식점 및 주점 소주 가격이 50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비용부담으로 인해 '소맥(소주+맥주)'을 찾는 소비자가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맥주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섣불리 단행할 경우 기존 맥주 시장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다수의 소주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들은 모두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제조 및 판매비용 증가를 인상 원인으로 꼽았다.
맥주 제조업체들 역시 같은 이유를 들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체들은 당분간 가격인상을 단행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오히려 소주보다 맥주 가격 인상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할당관세 적용을 받지 못해 세금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각종 판매비용 증가분 역시 소주와 같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맥주가격 올리지 못하는 3가지 이유
그런데도 이들이 값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소맥 소비자 급감 ▲정부 눈치보기 ▲외산 및 하우스 맥주 약진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주류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소맥을 마시는데, 이는 술 소비량이 많은 회식 등 각종 모임에서 주로 제조된다.
지역이나 업종, 연령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소맥은 소주 1병당 맥주 2~3병을 조합해서 만드는데 소주가격 5000원 시대에 소맥 한 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2만원이 소요된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 한 가지 주종으로 술자리를 마무리 지으려는 소비성향이 강해질 수 있는 만큼 다량의 맥주소비를 부추기는 소맥 소비자들이 급감할 수 있다.
◆잇따른 주류가격 인상…정부·여론 눈치 볼 수 밖에 없어
또다른 원인으로는 연쇄적인 주류가격 인상을 막고자하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소주 가격이 '도미노'처럼 줄이어 오르자 정부가 가격 인상을 주도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고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맥주가격까지 오르게 되면 정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입장에서는 맥주가격 인상을 제어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정부가 주류 가격 인상을 억제한 전례가 있다.
◆수입맥주시장 급성장…하우스맥주 규제 완화
아울러 수입맥주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하우스 맥주에 대한 규제마저 완화된 점도 맥주 가격 인상을 억누르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으로 현재 홈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 맥주 판매량은 3년 전 7(국산)대 3(수입) 비중에서 6대 4까지 좁혀졌다.
또 하우스맥주(소규모 제조)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진 점도 기존 주요 국내 맥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다양한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날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소맥 제조에 사용되는 맥주가격이 오르게 되면 기존 시장 판도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