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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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파' 정대철-'잔류파' 정호준, 부자간 엇갈린 정치행보

父 탈당으로 10여년 '한지붕 활동' 청산…야권재편 시각차
정대철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김한길 의원이 모두 탈당, 야권 분열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부자 정치인인 정대철 상임고문과 정호준 의원이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2004년 구속된 정 고문의 지역구에 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 10여년 간 같은 당에 몸담았지만 야권 재편의 격랑 속에서 '한지붕 활동'을 청산하게 된 셈이다.

정 고문은 더민주가 현재의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보고 구(舊) 민주계의 집단 탈당을 주도하는 가운데, 정 의원의 경우 당에 잔류해서 통합이나 연대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중 탈당을 선언할 것"이라며 "최소한 구 민주계 인사 20여명과 함께 탈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의원은 통화에서 "아버지의 생각과 의사는 저와 조금 다르다"며 "현재로선 거취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없다"고 탈당 흐름과 거리를 뒀다.

거취와 관련해 다른 길을 가는 만큼, 야권 재편과 관련한 두 사람의 시각에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정 고문의 경우 탈당파들이 통합신당을 창당해 야권의 구도를 흔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반면, 정 의원의 경우 제3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비관론'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고문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더민주에는) 운동권적 강경파의 진영논리나 도덕적 우월감에 빠진 분들이 꽤 있다"며 "여기서 벗어나 중도 내지는 중산층과 서민의 일반적인 생각과 많이 맞아떨어지는 정당으로 가야 하고, 그런 정당으로 개조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정 의원은 "선거공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제 3당이 제1당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다.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더민주가 화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조부모는 외무장관을 지낸 고(故) 정일형 전 의원과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한 고(故) 이태영 박사로, 5선을 지낸 정 고문의 뒤를 따라 정치인 가문의 계보를 잇고 있다.

2004년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중인 정 고문의 서울 중구에 출마하면서 '지역구 세습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낙선 뒤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 '아버지의 후광이 아니냐'는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2012년 총선에서도 정 의원의 공천을 위해 정 고문이 부단히 애를 쓴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 고문과 정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도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아버지는 단지 탈당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초선으로 내 역할을 찾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