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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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추경 안 해도 3.1% 성장률 달성 가능"

유일호 후보자 청문회서 답변
11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유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수행 능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전천후 미드필더’와 같은 역할을 주문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경제 정책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성과를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평가한 유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이 오갔지만 후보자의 거취를 가를 만한 폭발력 있는 ‘한 방’은 보이지 않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성실한 답변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축구로 말하면 국무위원들에게 ‘볼 배급’을 잘하고, 슈팅 기회가 보이면 돌파 의지도 보이는 박지성·이영표 같은 선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이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김관영 의원은 “경제정책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께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의 다운계약서 작성에 따른 탈루 의혹 및 증여 자료 미흡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다운계약서 작성에 따른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유 후보자는 2005년 11월 취득한 서울 행당동 아파트의 취득가액을 4억800만원으로 축소 신고, 764만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실거래가액은 5억9900만원. 유 후보자는 “탈세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당시의 관행이었지만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 후보자는 연대보증 피해구제와 관련해 “(보증채무) 60만원을 내지 못해 유치장에 들어가기도 한다”는 더민주 홍종학 의원의 지적에 “실정법 내에서 바꿀 수 있다면 정말 바꿀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개인에 대한 연대보증 제도는 2013년 폐지됐지만 유 후보자 부부가 피해를 봤다는 기존의 연대보증 채무는 소급 적용 불가 원칙에 따라 남아 있다. 유 후보자는 1996년 부인 등 3명과 함께 친·인척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유 후보자의 아파트와 예금이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부인은 현재까지 1억여원의 보증채무를 지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날 현 경제 상황과 관련,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나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는 아니지만 이른바 ‘만성병’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문제로 “구조개혁이 지연된 데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를 꼽고 “왕도는 없지만,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 생산성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유 후보자는 또 올해 목표치인 3.1%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는 질의에는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다”며 “(올해) 재정도 아주 확장적이었던 이전 기조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노력하면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는 계획이 없다며 추경편성 없이도 3.1%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후보자는 미국과 중국 등 G2(주요 2개국) 리스크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G2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험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비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등 통화스와프 확대를 생각해볼 만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를 답습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초이노믹스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동개혁 지침에 반발하며 노사정 대타협 파기 여부를 논의 중인 데 대해서는 “(법안을) 잘 살펴보면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또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증세에 대해서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다. 세 부담 증가나 증세를 논의할 단계가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는 이날 밤 늦게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김용출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