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법안 처리 필요성을 절절히 호소했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 5법, 경제활성화법 관련 얘기를 할 때는 “에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거나, 단상을 손으로 내리치는 등 답답함 심경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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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뒤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 빨간색 재킷 차림으로 들어섰다. 박 대통령은 평소 결연한 의지를 밝힐 때 빨간색 재킷을 입어 일명 ‘전투복’으로 불린다. 박 대통령은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대화문을 읽은 뒤 곧바로 낮 12시9분까지 질의응답을 받았다. 이날 담화 및 기자회견은 총 1시간40분간 진행됐다.
이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을 38차례, ‘경제’를 34차례 언급했다. 특히 국정 최대 현안인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일자리’ 22차례, ‘개혁’ 21차례, ‘노동’ 16차례나 사용하며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과 관련해 “(노사정 합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행돼야 되고, 한쪽이 파기를 했다고 해도 파기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약속인데 그렇게 쉽게 저버릴 수 있겠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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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장차관급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유일호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 줄 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임명장을 받은 후 박대통령과 함께 중앙 현관으로 향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도 국회를 향해선 날 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란 단어를 18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법이 국회에 묶여 있는 데 대해 “경제 회복의 불꽃을 살리자는 국민들의 절절한 호소도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며 단상을 내리쳤다. 또 “(1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방치한다면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에휴” 한숨을 크게 쉬고는 “의장께서 국가 국민을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 주시기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들이 쏟아지자 “답을 안 한 게 있나요. 질문을 한꺼번에 여러 개를 하셔 가지고.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을 하지 머리가 나쁘면 다 기억을 못해요”라며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