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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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파 전진배치… 핵심 실무는 ‘안철수 사람들’

국민의당 창준위 인선 보니…
13일 발표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창준위 인선에는 신당의 근본적인 고민이 묻어난다. ‘탈당파’와 ‘원년 멤버’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다. 이날 인선은 더불어민주당 탈당 현역 의원들을 전면에 배치하되, 핵심 요직인 집행위원장은 안 의원 측근인 박선숙 전 의원에게 맡겼다.

한상진 공동창준위원장은 이날 창준위 상임부위원장에 김한길 의원, 부위원장에 김동철·문병호 의원, 부위원장 겸 전략위원장에 김영환 의원, 집행위원장에 박 전 의원, 정강정책기초위원장에 황주홍 의원, 당헌기초위원장에 유성엽 의원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안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만 맡는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선숙 전 의원.
연합뉴스
현재까지 더민주를 탈당해 창준위에 합류한 현역 의원들은 모두 창준위 직책을 맡았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핵심 요직을 맡은 이는 안 의원 측근이다. 이태규 준비단장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실무를 총괄하고, 대선캠프 본부장을 지낸 박 전 의원은 집행위원장으로서 정당의 사무총장 역할을 맡는다. 총선 공천 작업까지 맡을 가능성이 높은 자리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인선이 탈당파 현역 의원들과의 알력 싸움이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지만, 창준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선을 “안 의원이 (창당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전쟁’이라는 것을 선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당화 논란에 몸을 숙이고 있지만, 주도권은 안 의원에게 있다는 뜻이다.

박 전 의원은 대선 이후 정치권을 떠났다가 3년 만에 복귀했지만, 그간에도 안 의원과 꾸준히 연락하며 주요 정치적 선택에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에선 탈당파 견제를 위해 박 전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견제 역할엔 역시 대선캠프 본부장이었던 김성식 전 의원도 거론됐지만, 합류를 공식화하지 않아 이번 인선에선 빠졌다. 탈당파를 포섭해 세를 불리는 것이 현실적 요구인 반면, 창당의 명분인 대안 정당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안 의원의 정체성과 관련된 요구다. 이번 인선은 상충되는 두 요구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읽힌다.

이날 창준위는 당 이름으로 논평을 내고 “국민의 선택권과 참신한 정치신인의 출마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총선 연기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