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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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돈 없어도 도울 수 있어요”… ‘작은 실천’ 모여 기적 만든다

‘나눔’씨앗 퍼뜨리는 온라인 기부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기부 약속이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딸의 탄생 소식을 전하면서 일생 동안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의 99%(현재 가치 5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금액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던 것은 그가 공개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는 갓 태어난 딸에게 “여느 부모처럼 너는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길 바란단다”고 밝혀 지구촌 많은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저커버그의 말처럼 기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율은 성숙한 사회의 지표로 꼽히지만 국내는 미약한 편이다.

영국의 자선구호단체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지난해 말 세계 각국의 경제력 등을 반영해 발표한 기부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전체 145개국 중 64위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빈국으로 꼽히는 미얀마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는 기부를 많이 할수록 다음 생애에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한다. 경제적 여건이 좋아야만 기부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깬 것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대기업이나 부호의 통큰 나눔도 좋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소액이나마 꾸준히 기부하는 ‘풀뿌리 기부문화’가 널리 퍼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확산 중인 온라인 기부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돈 없어도, 100원 단위도 기부 가능


가장 대표적인 국내 온라인 기부 서비스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해피빈’이다.

2005년에 설립된 해피빈은 기부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도움이 필요한 공익 단체를 연결해주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사이트다. 네이버는 자사 이용자가 블로그·카페에 글을 남기거나 배너 클릭 이벤트 등에 참여하면 가상 화폐인 ‘콩’을 주고, 이용자들은 해피빈 사이트에서 콩으로 기부할 수 있다. 콩은 100원 단위로 모이지만 소액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15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지난해 11월 말 기준) 해피빈에서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1260만명으로 총 기부액은 538억원에 달한다. 연간 기부금액은 2005년 7억8357만7500원에서 지난해 86억8827만6800원으로 11배 넘게 급증했다. 참여인원도 54만8694명에서 94만24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더욱 손쉽게 기부할 수 있는 모바일 해피빈 서비스는 2014년 3월 출시 1년 만에 26만명이 참여해 10억5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온라인 기부는 최근 정보기술(IT) 업체의 트렌드 중 하나다. 특히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 캐시슬라이드는 2012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기부금액이 6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캐시슬라이드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잠금화면에서 광고나 뉴스 등을 볼 때마다 적립금을 주는 서비스로, 적립금은 각종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으나 11만명이 넘는 이들은 ‘클릭’으로 모은 적립금을 기부했다. 1회당 평균 기부 금액은 3200원 정도지만 가장 많이 기부에 참여한 사용자의 기부금액은 128차례에 걸쳐 총 45만7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 기부 서비스인 ‘해피빈’(위 사진)
네티즌들이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이벤트성 온라인 기부 역시 활발하다.

카카오는 지난해 사용자들이 2016년 소원을 댓글로 남기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벤트를 공유하면 카카오가 1000원씩 적립하는 방식으로 1억37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이런 이벤트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할 수 있고, 이용자들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어 기업과 네티즌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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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하면 저절로 기부가 되는 상품도 있다. 카카오는 수익금을 기부하는 이모티콘을 수시로 판매한다. 해당 이모티콘들은 ‘대한·민국·만세’ 등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을 모델로 하거나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해 그 자체로 상품성이 큰 데다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점에서 인기다.

직장인 조지영(33·여)씨도 지난해 수익금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는 이모티콘을 구입했다. 조씨는 “이모티콘도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고 수익금이 기부된다고 하니 고민없이 구입하게 됐다”며 “소액이라 부담도 작고 쉽게 기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쉽고 부담없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있다”며 “모바일을 통한 기부와 사회공헌활동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하는 곳에 쉽고 빠르게···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


온라인 기부는 기부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적게는 몇백원부터 시작할 수 있는 데다 일정 활동으로 얻는 대가를 돈으로 바꿔 기부할 수 있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그때그때 사정이 될 때마다 소액으로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오프라인 기부보다 부담감도 덜 수 있다.

일단 포인트 등으로 기부를 시작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유료로 기부를 하거나 기부 금액을 늘리는 사례도 많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해피빈 기부자 중 13%(12만2646명)는 글쓰기 등으로 모은 콩이 아닌 유료로 충전한 콩으로 기부했다.

전체 기부 금액 중 유료로 충전한 콩으로 기부된 금액 비율은 2005년 16.1%에서 2015년 41.3%(35억8682만5400원)로 늘었으며, 꾸준히 기부하는 정기 결제 기부자는 같은 기간 348명에서 657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해피빈 서비스의 경우 기부자의 85%가 유료로 콩을 충전해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처를 보다 구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온라인 기부의 강점이다. 현재 네이버에서만 30여개의 테마로 1000여개의 모금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부 전 구체적인 기부금 사용 계획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모금이 끝난 뒤에는 기부금이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에 대한 사진이나 후기도 올라온다.

직장인 허모(37)씨는 “오프라인 기부는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부가 망설여질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온라인 기부는 기부금 사용처 확인이 상대적으로 쉬워 안심이 되고 여러 곳에 돈을 조금씩 쪼개서 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