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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폭력 실태보고서] “애들이 그런건데”… 가해 학생 처분 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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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성폭력 기준 마련도 못해/ 신고해도 서면사과·봉사에 그쳐/ 전·퇴학 등 강제처분율 23% 불과
교내외에서 급우 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해학생에 대해선 서면사과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고 있다. 주무부처는 구체적인 가해학생 처분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김모군은 쉬는 시간에 같은 반 조모군의 바지와 속옷을 갑자기 끌어 내렸다. 중요 부분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느낀 조군은 이를 학교 측에 신고했지만 김군은 고작 서면사과를 하는 데 그쳤다.

18일 교육부의 ‘성폭력 사안 자치위원회 심의 현황’에 따르면 이같이 성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대부분 간접처분으로 끝나고 있다. 간접처분은 서면사과와 보복행위 금지, 학교·사회봉사, 심리치료 등을 말한다. 강제처분은 출석정리와 학급교체, 전·퇴학 등을 포함한다.

2012∼2014년 성추행 학생 등에 대해 학교가 내린 간접처분은 4567건이었으나 강제처분은 1459건에 불과했다. 강제처분 비율은 2012년 31.5%에서 2013년 20%로 줄었다가 2014년 23%로 다소 올랐다. 성폭력 가해학생에게 가장 많이 내려진 징계는 심리치료 등 교육으로 1515건이었고 서면사과(1200건), 접촉금지(916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기준을 정해 고시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기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의 징계를 심의하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처벌이 제각각이다.

이에 교육부 담당자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보다 적절하게 (성폭력 등에 대한) 신상필벌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에 전달할 지침을 연구 중”이라며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지면 각급 학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지침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레인보우중앙 김선영 대표는 “관련자들이 입을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처벌 강화와 함께 기준에 근거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학우 간 성폭력도 범죄라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할 만큼의 처벌과 함께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을 통해 가해자를 보듬고 선도하는 사후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