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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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선진화법 개정 강공에 국회 '꽁꽁'

여 “사전공지… 야, 저지 시도 없어”
28일 본회의 열어 법 개정 시도
야 “원유철 사과·의결 무효화를”
향후 국회 일정 보이콧 시사도
정 의장 “잘못된 법 고친다고
또 다른 잘못 저질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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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 ‘변칙 부의(고의 부결)’ 시도로 19일 국회가 꽁꽁 얼어붙었다. 국회가 선진화법 폐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다른 상임위로 불똥이 튈 조짐이다. 1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87조를 근거로 적합한 절차라며 본회의 강행 처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여당이) 단독으로 운영위를 개최했다는 얘기는 정말 적반하장”이라고 야당의 ‘꼼수’ 발언을 반박했다. 사전에 공지했고, 언론에서 국회법 처리 관련 보도가 나갔음에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어떠한 시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 안건조정위 등 ‘지연절차’를 사용할 것으로 봤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다른 수’를 의심하기도 한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더 ‘꼼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9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던 중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변칙 부의(고의 부결)’ 시도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일단 원내지도부는 28일에 본회의를 열어 법 개정을 시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처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국회가 정상적으로 보이느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이 ‘28일 본회의’ 소집 방침을 밝힌 것은 이를 기정사실화해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끔 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 원유철 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 회의에는 야당이 불참해 여당단독으로 개최됐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시도를 ‘반의회주의적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87조의 취지는 ‘상임위에서 부결한 법안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더 한 번 의사 결정을 해보자는 취지로 부의하고자 할 때를 대비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행동은 ‘소수의견 보호’라는 법안취지를 무력화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더민주는 향후 국회 운영 보이콧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 의결을 무효화하고 원 원내대표는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한 어떤 협의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20일로 예정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대표 사퇴 입장을 담은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여야의 시선은 키를 쥔 정의화 국회의장으로 향해 있다. 본회의 개의 여부도, 의사일정 상정도 정 의장에게 달렸다. 정 의장은 대표적인 선진화법 반대론자였지만 야당을 제외한 여당 단독처리 방식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을 향해 새누리당은 압박에, 더민주는 옹호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최종적으로 19대 국회가 어떤 국회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국회의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며 정 의장을 몰아세웠다. 반면 더민주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정 의장이 자신에게 ‘의회정치 정상화를 위해서 소신을 지키겠다’고 했다며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지키고자 경제법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의화 의장의 상식과 소신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