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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계 빈혈' 경제 성장에도 더 쪼그라든 가계

성장과실 분배서 소외… GNI 가계 몫 되레 감소 / 복지 반영 가처분소득 OECD보다 7.7%P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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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킨 ‘1등 공신’이다. 이들 공약이 힘을 썼다면 대한민국 가계 살림살이는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박근혜정부 3년간 가계는 쪼그라들었다. 성장 과실의 분배에서 가계가 소외되는 흐름이 지속되는 터에 가계부채는 폭증했다. 소득통로가 막히고 부채에 짓눌리면서 ‘가계 빈혈현상’이 악화하는 흐름이다.

세계일보가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의 가계소득 통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성장 과실의 총합인 국민총소득(GNI) 중 가계몫(가계 총처분가능소득)으로 돌아가는 비중은 한국이 유난히 작고 또 작아지는 추세다.

2000년 62.9%였던 이 비중은 2012년 55.4%까지 추락했다가 2013년 56.2%로 반등하더니 2014년 다시 56.0%로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은 이 비율의 절대치가 월등히 높거나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71.9%에서 2013년 74.5%로 더 높아졌다. 일본은 2000년 64.2%에서 2013년 63.4%로 소폭 하락한 정도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뚝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통계까지는 그리 나쁘다고만 볼 것은 아니다. 2014년 OECD 평균은 58.5%로 한국보다 2.5%포인트 높은 정도다. 이보다 나쁜 지표는 ‘복지’를 반영한 궁극의 가계소득에서 나타난다. ‘조정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확 벌어진다. ‘조정처분가능소득’이란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를 뺀 소득(가처분소득)에다 정부 복지서비스를 반영한 궁극의 가계 실질소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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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I 대비 가계 조정처분가능소득 비율은 2014년 한국이 63.8%인 데 비해 OECD 평균은 71.5%다. 가처분소득 비중에서 한국과 OECD 평균과의 2.5%포인트 격차가 복지서비스 등 정부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반영하면서 7.7%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가계소득 통로를 넓히는 데 정부의 역할이 OECD 평균 실력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의미다. 경제 위기국면이 이어지는 이탈리아(79.7%), 스페인(75.9%)도 이 수치는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9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기에 가계부채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 말 159.4%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170%(추정치)로 치솟았다.

4분기에도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2015년 말 이 수치는 170%를 훌쩍 넘었을 것이다. 2000년 이 수치는 87.6%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엔 부동산 광풍이 불고 또 불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