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과 여당 간 갈등은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정 의장에게 선공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반대하는 정 의장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언론에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왔는데 오보이길 바란다”고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주길 부탁한다”고 정 의장에게 요청했다. 여당의 선진화법 직권상정 요구에 요지부동인 정 의장의 심기를 자극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정 의장은 발끈했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자꾸 그렇게 하면 천벌 받는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의장이 조 원내수석부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입법기관 수장의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의원은 24일 “정 의장이 거친 표현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정치권의 큰 어른인데 조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좋은 말로 훈계하는 수준에서 그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표현이 과했지만 ‘천벌’을 운운한 것은 도를 넘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 측은 막말 논란과 관련해 “조 수석부대표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으로 오해해 격한 표현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8일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국회 운영절차에 관한 법을 어느 일방이 단독 처리한 적이 없다”고 본회의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