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취재팀은 최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담합으로 적발된 122건의 관급공사에 대한 공정위의 심의의결서를 전수분석했다. 그 결과 수천억∼수조원대에 달하는 관급공사 10여건에서 제비뽑기와 사다리타기로 낙찰기업과 들러리 업체를 사전에 짬짜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 중 제비뽑기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최근 6년간 공정위가 관급공사 담합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도 1조239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취재팀 분석 결과 적발된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은 2014년 6809억8600만원(3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2966억2200만원(40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관급 시설공사뿐 아니라 공공입찰 담합 사건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2014년 과징금 액수는 8505억3300만원에서 2015년 3274억78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공정위가 관급공사로 발생했다고 추산한 매출액과 과징금의 비율도 줄었다.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건수도 확연히 줄었다. 공정위는 2014년 적발된 관급공사 입찰담합 사건 36개 중 무려 25건(70%)을 검찰에 넘겼다. 2013년에도 적발된 8건 중 5건(63%)을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적발된 45건 중 고작 5건(11%)만 검찰에 고발했다. 시정명령은 2011년 6건에서, 2012년 3건, 2013년과 2014년 1건, 2015년 2건이었다.
지난해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통해 입찰담합 대형 건설사에 부과된 관급공사 입찰참가제한 등 행정처분을 해제해주는 조치를 취했는데 공정위가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패소율(법원 확정판결 기준)이 최근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최승섭 부장은 “건설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입찰제한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이를 풀어주면서 공정위를 무력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