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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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가뭄…"빨래·샤워할 물 부족해 죽을 맛"

춘천 서면 당림리…먹는 물은 생수로 해결·농사 걱정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강원 춘천시 서면 당림리.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이 마을에서 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겨울 눈다운 눈이 내린 적이 없어 벼를 벴던 논의 그루터기는 건드리면 뿌연 먼지가 날 정도로 바싹 말랐다.

마을 옆 하천은 허연 바닥을 드러냈다. 흐르는 물이 없다 보니 얼음판도 사라졌다. 개울에서 얼음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샘이 나오는 주변이 유일했다.

지난해 봄에 시작된 이 마을의 가뭄은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아 주민의 불편은 2년째로 접어들었다.

홀로 사는 한금순 할머니가 계곡물을 수원으로 하는 상수도를 틀자 물이 맥없이 흘러나왔다.

그는 물줄기가 점점 가늘어지자 그릇을 여러 개 꺼내 물을 받기 시작했다. 

먹는 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한 생수 한 상자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빨래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 데 필요한 상수돗물은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낮이나 저녁에 빈 그릇에 생활용수를 받아 썼지만, 요즘은 매서운 한파 때문에 물이 얼을까 아침에만 받고 있다.

한 씨는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해야 하는데 할 수 없어 죽을 노릇"이라며 "혼자니까 속옷 같은 것만 빨아서 입고 다른 것은 세탁소에 갖다 주는데 다른 집들은 개울물이 없어 못 빨러 간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물이 모자라기 때문에 걸레질도 마음껏 못한다"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나 마을 상수도를 개설하면서 과거부터 사용하던 우물은 대부분 묻어 버렸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부족한 생활용수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사실상 없다.

매서운 한파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이던 농민도 온통 가뭄 걱정뿐이었다.

마을에서 만난 남궁 정 할아버지는 "지난해부터 비가 안 와서 냇물이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고, 눈도 시시하게 오는 데 그쳤다"라며 "물이 넉넉해야 하는데 올해 농사짓는 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영동지역의 강수량은 5.7㎜로 평년 72.8㎜의 7.8%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영서지역은 22.3㎜로 평년 37.3㎜의 59.7%에 그쳤다. 영서지역은 지난해 12월에 강수량이 집중됐고, 새해 들어서는 눈조차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3개월 기상 전망을 보면 올해 강수량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눈이 많이 내릴 가능성도 작다"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