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투자의견 공시제 반년…증권사 매도의견 여전히 '0'

'사라'는 의견 일색인 증권사의 기업 분석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강제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팔라'는 의견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국내 증권사 32곳 중 20곳이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의 비중이 '0%'라고 공시했다.

매도 의견이 0%라고 밝힌 증권사에는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과 같은 대형사들도 포함됐다.

'0%'는 아니지만, NH투자증권(1.1%), 미래에셋증권(1.3%), 대신증권(1.1%), 현대증권(0.3%) 등 다수 증권사의 투자의견 비율이 1% 전후에 그쳤다.

한화투자증권(7.4%)이 그나마 활발히 매도 의견을 제시했을 뿐 한국투자증권(2.2%), 하나금융투자(3.0%) 등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골드만삭스(15.5%), 노무라(8.6%), 모간스탠리(19.0%), 맥쿼리(14.3%), 메릴린치(30.1%)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훨씬 과감히 매도 의견을 냈다.

금투협이 지난해 5월29일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하고서 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팔라'는 리포트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유명무실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도 시행 다음 날인 작년 5월30일부터 12월31일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보고서 1만8천84건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매도' 의견은 6건(0.03%), '비중 축소' 의견은 76건(0.42%)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매수' 의견은 1만4천375건(79.49%), '강력 매수' 의견은 114건(0.63%)으로 나타났다.

업계 내부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없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관행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 혹은 기업 고객과의 관계, 매수(롱) 위주의 투자 방식 등을 고려할 때 매도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을 탐방하거나 직원을 면담하기 어려워지고, 기관 투자가의 경우 보유 종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오면 거래 증권사를 옮기겠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투자의견 공시는 증권사들의 평판과 고객 신뢰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는 만큼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애널리스트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매도 보고서를 쓰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자본시장 환경과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