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 지음/오항녕 옮김/너머북스/2만9000원 |
율곡 이이가 1565년 7월부터 1581년 11월까지 약 17년간 경연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 경연 때마다 율곡의 직언과 선조의 침묵이 부딪치곤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소통 화합 민생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했던 경연의 현장을 이 책은 오롯이 보여준다.
450여 년 전 학자이자 경세가였던 율곡의 관심은 ‘좋은 정치’를 통한 치세에 집중됐다. 민생의 고통이 무엇인가에 주목하고, 해결 방안에 골몰했고, 분열된 위정자 집단의 화해를 촉구했다.
선조는 비록 율곡 등의 간언을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언로마저 막지는 않았다. 선조는 소통의 공간이자, 공부하고 나랏일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경연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듣기 싫은 소리도 묵묵히 들었던 선조였다.
옮긴이는 “경연은 국왕과 신하가 책도 읽고 토론도 하는 실제로는 임금이 신하에게 배우는 자리였다. 공직자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만큼 중요한 국가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경연을 게을리한 군주가 폭군(연산군)이거나 혼군(광해군)이었던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옮긴이는 “율곡의 시대는 마치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은 과거의 화석화된 언어로 읽히지 않는다”면서 “불화, 불통의 시대라는 지금 율곡의 경연일기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율곡은 경연일기에 당대 문사나 정치인 등 23명에 대한 인물평인 ‘졸기’(압축적인 전기)를 남겼다. 일기와 근안(謹按·율곡 생각) 곳곳에 100여명의 인물평도 부기했다. 이로 인해 당시의 정치상황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과거에서 장원을 9번이나 하면서 조선 최고의 인재였던 이이는 냉혹한 군왕이었던 선조 앞에서도 자신의 견해를 주장했던 현명한 인물이었다. 옮긴이는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는 요즘 시대에 이이 같은 인물이 없다고 한탄한다.
길진숙 지음/북드라망/1만7000원 |
신간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는 색다른 책이다. 저자는 농암 김창협, 성호 이익, 혜환 이용후, 담헌 홍대용을 ‘조선 백수’라고 칭하면서, 이들의 삶과 사상을 풀이한다. 이들 백수 4인방은 명예나 지위가 아닌 안전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좇았다. 유유자적 삶을 즐기는 사이 이들의 학문은 도리어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백수란 일종의 애칭이다.
농암은 18세기 노론 지식인의 정신적 지주로서 새로운 학문과 글쓰기의 물꼬를 튼 인물이다.
성호는 재야의 경세가로서 사회 개혁의 기수가 됐다. 혜환은 파격적인 글쓰기의 선구자로, 담헌은 천체 과학자로서, 우물안 개구리 조선 선비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인물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실학 사상이 꽃을 피우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만일 이들이 정계에 나섰다가는 역적으로 몰려 죽기 딱좋은, 요즘 시대로 치면 일종의 불온한 사상가들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성호 이익의 책을 읽으며 미래 사상을 꿈꾼 인물이었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