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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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가담자 승진제한·감봉 의무화

공정위, 사내 제재로 재발 방지
관급공사 하청대금 직불제 추진
수술 참여의사 구체 정보제공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에 가담한 직원에 대한 사내 제재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담합 가담자에 대한 승진 제한이나 감봉 등을 담은 사내 제재 규정을 만들도록 해 담합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형 국책사업 등에서 벌어지는 입찰 담합처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짬짜미를 올해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최대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형 관급공사에서 제비뽑기 입찰과 같은 구태가 횡행하는데도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가 담합 가담자에 대한 사내 제재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만으로는 담합을 뿌리 뽑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최근 6년간 적발된 122건의 관급공사를 분석한 결과, 부과된 과징금이 1조2392억원에 달했지만 입찰 담합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급순위 기준 ‘톱5’ 건설사들은 6년간 지속적으로 담합을 일삼으며 수차례 적발됐다.

공정위는 앞으로 담합 기업들을 제재할 때 과징금 외에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담합 가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현행 공정거래법(‘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이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지만, 별도의 근거가 필요한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관급공사의 하도급대금을 발주처인 공공부문이 직접 지급하는 직불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공부문은 주로 직접 계약한 원사업자에게 대금을 지불해 원사업자가 하청 중소기업에게 대금을 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문제가 발생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건설, 발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공공기관을 통해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불할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며 “1, 2차 하청업체가 발주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간 하도급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날 업무계획에서 병원 수술동의서 표준 약관도 개정해 병원이 수술 참여 의사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수술의사 변경 때 반드시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절차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항공사, 카드회사, 통신회사 등이 마일리지·포인트와 관련해 거래 조건을 속이거나 적립된 마일리지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