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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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장기 고객을 잡아라" 금융권 ISA 고객 유치 경쟁

‘5년 장기 고객을 잡아라!’

다음달 14일 첫 선을 보이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고객을 확보하려는 금융권의 경쟁이 뜨겁다. ISA는 예·적금, 펀드 등의 금융상품을 한 곳에 담아 운용할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을 주는 계좌다. 연간 최대 2000만원까지 5년 동안 1억원을 넣을 수 있다. 가입기간 동안 발생한 수익 중 200만원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200만원 초과분부터는 9.9%를 과세한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소득자)는 수익 중 250만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계좌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ISA 계좌 고객은 장기 고객이 된다.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계좌 출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관련 상품과 이벤트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현재 증권사에만 허용돼 있는 투자일임업(고객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해 운용하는 업무)이 ISA계좌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은행에 허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은행과 증권사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승용차까지 내걸고 이벤트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ISA 가입예약 이벤트를 시작했다. 다음달 14일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ISA에 가입하고 10만원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명을 뽑아 현대차 아반테를 준다. 이 밖에도 LG 트롬 스타일러(2명), LG 로봇청소기(4명), 신세계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5만원권·20명)을 준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자사에서 ISA를 가입하면 최대 연 2.1%의 금리를 주는 ‘ISA우대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1년 만기 상품인 이 예금은 개인별 100만원 이상 4000만원 이내로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연 1.6%이고, 오는 29일까지 ISA 가입 사전예약을 하면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또 ISA 출시 후 100만원 이상 넣으면 금리 연 0.3%포인트를 더 준다. 우대금리는 중복 적용이 가능해 최대 연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다.

현대증권은 오는 6월 말까지 ‘ISA 대고객 이벤트’를 한다. 현대증권 홈페이지(www.hdable.co.kr)와 모바일웹에서 ISA 상담예약을 하면 커피 기프티콘을 준다. ISA 출시 후 최초 가입금액에 따라 1만∼5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오는 6월 말까지 자사에서 ISA를 상담 예약을 하고 상담을 한 고객 중 선착순 2000명에게 연 수익률이 3.5%인 91일물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에 가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 우선권을 가지고 ISA 개설 후 상품에 가입하면 가입금액의 최대 5배까지 특판 RP에 넣을 수 있다. NH증권은 또 ISA와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 계좌, 연금형상품(연금저축계좌, IRP, 퇴직연금 DC형 추가납)에 가입하거나 이동한 고객에게 가입금액에 따라 백화점 상품권을 최대 30만원어치 준다.

◆투자일임업 둘러싸고 은행·증권사 격돌

ISA는 애초 고객의 지시가 있어야 재산을 운용할 수 있는 신탁업 허가를 받은 금융사만 취급할 수 있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투자일임계약형 ISA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증권사와 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

신탁형 ISA만 취급할 수 있는 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탁형 ISA에는 자사 상품을 넣을 수 없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 등은 신탁형과 투자일임형 ISA를 모두 운용할 수 있어서 고객을 끌어들이기가 은행보다 수월하다. 은행이 경쟁에서 밀리기 쉬운 구조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할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권 협회의 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업권의 입장을 적극 내세웠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27일 은행연합회 등 5개 기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은행에 새로운 면허를 부여해서 투자일임업을 허용할지 신탁업 면허를 활용해서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검토를 해서 정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하 회장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황 회장은 지난 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형인 투자일임 상품을 판매했다가 손실이 나면 고객 민원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자산관리 업무인 투자일임은 금융투자업계의 고유 업무로 은행권에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불만의 강도가 크게 나타나는 것도 은행 고객은 원금손실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투자 상품은 증권사 중심으로 팔고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들은 은행에서 파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