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금 투자가 다시 빛을 보고 있다. 경기 회복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금융상품 투자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안전자산, 금의 매력이 다시 커지는 흐름이다. 미국 금 중개기관인 킷코(KITC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온스(약 31g)당 1068.25달러였던 금값은 2월11일 1200달러대로 치솟았다. 국내 금거래도 급증세다. 12일 KRX금시장의 거래량은 56.7㎏으로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금 투자상품 수익률도 치솟고 있다. 금선물 가격 흐름을 반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골드선물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2일 종가가 9560원으로 지난해 말 종가 8250원에 비해 15.9% 올랐다. 블랙록월드골드 펀드 15.49%, 신한BNPP골드 펀드 14.73%, IBK골드마이닝 12.91% 등 여타 금투자 상품들도 대부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은 경제가 위기일수록 빛나는 특별한 금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값은 폭등했다. 위기 전 800달러선이던 금값은 2011년 9월 192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고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덕분인데, 이는 화폐 역사가 금에게 선사한 특별한 지위다. 역사적으로 금은 ‘진짜 화폐’, 종이돈은 유동성을 위해 금을 담보로 발행한 형식적 화폐였다. 1971년 미 달러의 금 태환제가 폐지될 때까지 금은 궁극의 진짜 화폐였다. 경제가 극한의 위기에 처할 때 금이 ‘최후의 결제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 같은 역사성에서 오는 필연이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은 그래서 금과 대비해 종이돈을 ‘가짜돈’으로 표현했다.
금값 랠리가 마냥 지속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한 금의 매력도 지속될 것이나 안전자산 수요에만 의존한 랠리엔 한계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이후 1000달러대로 추락하며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바 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