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나는 괜찮은데…”(홍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사진)’이 1일 마침표를 찍었다. 대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캠퍼스 로맨스 스릴러’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와 팬층이 두터웠던 원작 웹툰의 탄탄한 인기를 기반으로 연일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했었지만, 엔딩은 유정(박해진)과 홍설(김고은)의 헤어짐과 재회를 암시한 맥이 빠진 ‘뻔한 결말’이었다. 또한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불거진 제작진과 원작자, 주연 배우와의 불화 및 불통이 드라마를 ‘용두사미’로 이끌었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포털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던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과정에서 여주인공 홍설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의 캐스팅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김고은이 철두철미하면서도 발랄한 여대생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 의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팬들이 초반에 기대했던 유정 역할의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로 주변인물들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유정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서브 남주인공인 백인호(서강준)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이에 시청자들은 “웹툰의 유정 캐릭터와 많은 부분 유사한 박해진의 캐스팅으로 이만한 인기를 얻은 것 아니냐”며 “제작진이 특정 캐릭터를 편애하는 것 같다”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한 드라마 초반에는 긴 호흡의 웹툰과는 달리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흡입력 있는 전개를 펼쳐 나가며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였지만 점차 늘어지는 전개와 원작과는 동떨어진 캐릭터 묘사가 계속되자 파장은 더욱 커졌다. 지난 2월 박해진 측은 “이미 촬영까지 마친 분량을 왜 잘라냈는지 모르겠고, 유정이 등장하는 주요 장면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 진행에 대해 강렬히 반대했지만 전혀 받아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해 제작진과의 마찰이 있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작자 순끼 역시 “드라마 진행 상황에 대해 대본을 공유하기로 했었지만 드라마 중반 이후부터 제작진은 대본을 공유하지도 않고 엔딩에 대한 상의도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원작자를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원작자와는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성공적으로 드라마화하며 ‘미생 열풍’을 이끌어냈던 tvN은 ‘치인트’의 성공도 자신했지만 결말은 사뭇 달랐다. 제작진과 출연 배우의 갈등, 신선함을 잃은 드라마 전개 등 연출력에도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성공 보증수표로 불렸던 웹툰 기반 작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