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개혁안 수용 못한다” 향군 반발

“인사·경영분리, 감독권 강화 담아 조직 독립성 침해 절대 수용 못해” 보훈처 기존입장 변화없이 추진

금품수수 등 혐의로 지난 1월 조남풍(78) 전 회장이 구속·해임된 재향군인회(향군)가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마련한 개혁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2일 보훈처와 향군에 따르면, 보훈처가 주도하는 ‘향군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5차 회의에서 개혁안 초안을 회람했다. 초안에 따르면 향군 사무총장이 주도하던 산하 기업 대표와 임원 채용을 경영총장에게 맡겨 향군 운영과 산하 수익단체 경영을 분리한다. 신설되는 경영총장은 경영전문인사위원회를 통해 정부나 기업 등에서 3~10년 임원으로 근무한 사람들 중 적임자를 골라 임용하게 된다.

초안에는 지난해 말 금품수수와 매관매직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도 버티기로 일관한 조 전 회장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훈처장이 향군 임원에 대해 직무정지·해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오는 9월까지 재향군인회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향군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회장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불거졌던 금권선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 기탁금을 최대 1000만원으로 크게 낮추는 한편 선거 캠프와 사무소 설치·동영상 제작을 금지해 선거비 지출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보훈처의 개혁안 초안 내용이 알려지자 향군 내부에서는 “향군은 보훈처 산하 기관이 아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도회장은 “조 전 회장이 선거 부정과 전횡으로 구속·해임된 것을 교훈 삼아 향군 자체적으로 혁신에 나서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향군 관계자도 “인사권과 경영권 분리, 선거제도 개편, 보훈처의 감독권 강화 등 향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개혁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보훈처는 다음주 초까지 비대위 회의를 두 차례 더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10일 최종 개혁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비리의 근원인 회장 1인체제를 없애야 향군 개혁이 가능하다”는 보훈처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향군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