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다. 갑·을이 창궐하는 요즘 세상에 들어맞을 때가 많아 두루 회자된다. 기자 역시 최근 ‘호의’와 ‘권리’가 혼동된 실랑이를 경험하며 명대사를 저절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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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준 산업부 차장 |
선뜻 살지 말지 못 정한 책을 들고 책상에 갔더니 딱 한 자리 비었는데 교양역사책 한 권이 뒤집혀 반으로 펼쳐진 상태였다. ‘찜’당한 자리였다. 그냥 지나치려다 등이 반으로 쪼개질 신세에 처한 새책도 안쓰럽고 해서 그냥 앉았다. 얼마 후 과일주스컵을 손에 든 남자가 나타났다. “저기요”라고 말문을 꺼낸 후 음료수를 마시러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니 찜한 자리를 돌려 달라고 했다. 이에 “계산을 안 했으면 책은 서점 소유이고, 도서관이라도 그런 논리로 자리를 주장하는 건 온당하지 않은데 더욱이 서점에선 안 될 일”이라고 거부했으나 청년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정 아쉽다면 서점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중재를 요청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으나 이 청년은 계속 자리를 요구하다 종국엔 욕을 하며 자리를 떴다.
비록 자리는 지켰지만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 자리 앉을 때부터 내심 품었던 “시비를 따져보자”는 옹색한 마음이 창피한 생각도 들고, 당당했던 청년 주장이 옳은 건지 다시 생각도 해봐야 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새책을 험하게 보는 이 등 서점 측이 호의로 마련한 독서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의 수준은 그만 못한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며칠 후 아침신문에선 대형서점에 ‘공부족’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A서점 대형책상을 한 기자가 주말 오전·오후 지켜본 결과 이용자의 25∼30%가 ‘해커스 토익’ ‘삼성직무적성검사’ ‘농협은행 5급 직무능력검사’ 등을 펴놓은 공부족이었다. 각종 고시·자격증·입사시험 등과 스펙쌓기용 공부 때문에 도서관 열람실이 초만원 상태이다 보니 생겨난 풍속도다.
A서점에 물어보니 “공부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수용가능한 정도”라고 별로 개의치 않아한다. 독서공간은 여러모로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된다고 한다. 출판사 지인에게서도 “비록 사지는 않더라도 애써 만든 책을 봐준 것만도 고마운 일이고 서점 파손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답을 들었다.
출판사나 대형서점이나 이처럼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대환영이니 애독가는 마음껏 서점에서 책을 읽으시라. 다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호의에 감사하며 책을 아끼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