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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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나리의 TV프리즘]'동상이몽', 짙은 홍보 의혹에 저멀리 달아난 공감

 

공감 대신 괴리감만 불렀다. 7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BJ 우앙과 그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사연이 방송됐다. 

'우앙'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김리안은 먹방 BJ로 유명하다. 이날 방송에서 BJ 우앙은 한 번에 가장  많은 별풍선 개수를 묻자 "한 번에 '많이 사랑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많이 사랑해'는 별풍선 1만 2486개. 게스트로 출연한 양세형은 "별풍선 한 개당 1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수수료를 제외하고 한 번에 70~80만원의 수입을 거뒀다"고 친절하게 분석했다.
 
더불어 BJ 우앙도 "방송한 지 200일 좀 넘었다. 수수료 빼고 4000~5000만원을 벌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입을 공개하면서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고민보다 깜짝 놀랄만한 인기 BJ의 수입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상이몽'은 한가지 고민을 가진 부모와 10대 자녀가 출연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고민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그간 청소년 자녀의 고민이 주로 등장했지만 이날 방송은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27살 딸의 사연은 청소년층과 부모의 고민 주제로 등장해 10대 청소년들이 공감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 '먹방 BJ'라는 독특한 직업과 웬만한 직장인 보다 높은 수입 등은 눈길 끌기에 치중한 주제 및 출연자 선정은 '동상이몽'이 추구하는 착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 27살 먹방 BJ 사연이 사춘기를 겪는 흔한 10대 청소년이 고민으로 와 닿을 만한 주제가 아니었다는 점도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렸다.

여느 청소년들의 고민 지점과 동떨어진 김씨의 직업적 애환은 남모를 고민보다 짧은 기간, 비교적 손쉽게 수입을 거두는 인기 BJ의 세계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이날 김씨의 사연은 홍보 논란을 비껴갈 수 없게 됐다. 방송 이후 BJ 우앙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며 관심이 집중됐다. 그의 직업이 네티즌의 관심과 선택이 필수적인 인터넷 방송 BJ라는 점을 고려할 때, 홍보 논란으로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제작진으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제작진과 출연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BJ 우앙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높은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됐다.

앞서 '동상이몽'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고3 딸을 둔 어머니의 고민 사연이 방송되면서 홍보 논란이 일었다. 쇼핑몰 일을 도맡은 어머니는 딸의 사장 갑질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정작 고민보다는 성공한 10대 CEO, 쇼핑몰이 거둔 수익 등 평범하지 않은 주제에 더 시선이 쏠렸다. 

방송 이후 방송에 출연한 여고생은 '얼짱 쇼핑몰 CEO'라는 타이틀로 화제가 됐고, 덩달아 방송을 통해 해당 쇼핑몰의 상호도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출연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내비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를 결정할 때 그 파급력을 고려해 더 신중하고, 고심해야 한다. 고민이라는 명목 하 홍보 목적의 일반인 출연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모습은 그 의도를 의심케 했다. 시청자들은 "고민을 위장한 홍보" "홍보를 위한 갈등" 등 곱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편한 시선 속에는 제작진이 화제몰이에 용이한 출연자를 의도적으로 출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있다. 

일말의 홍보 의심을 받을 만한 출연자의 고민 사연은 시청자 입장에서 출연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하고, 공감이 아닌 거부감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