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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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안 먹고 안 놀아 모은 1800만원…조부모 대출금 갚은 손자

먹을 것 안 먹고 놀 것 안 놀아 조부모의 집 대출금을 갚은 미국인 청년이 화제다. 그는 어렸을 적 자신을 잘 보살펴 준 조부모 은혜에 보답하려 6년간 1만5000달러(약 1750만원)를 모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주에 있는 세실 로버츠의 집이 경사로 들썩였다. 세실과 그의 아내 마릴린은 손자 스테펀(24)을 얼싸안고 감격에 겨워했다. 이들을 지켜본 다른 가족들도 스테펀에게 박수를 보냈다.

세실 부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집 대출금을 매달 갚아왔다. 이들의 상환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매달 두 사람은 일정 금액을 빚 갚는 데 써왔다. 부부가 남은 대출금을 갚으려면 앞으로도 4년이나 더 돈을 쏟아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스테펀은 빚 갚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조부모에게 약속했다. 그는 텍사스주 샌 재신토 컬리지의 재학생이자 비영리단체 두 곳도 운영 중이다.

결국 스테펀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1만5000달러를 모아 조부모의 남은 대출금을 대신 상환했다.

스테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며 “조부모님께서 해주신 것만큼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대와 20대 초반의 나날을 조부모님을 위해 바쳤다”며 “밤낮 일하시는 조부모님을 보고 잠들지 못한 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스테펀은 “수표를 써 본 적도 없다”며 “6년간 옆에서 힘을 준 친구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돈을 모으기 위해 친구들과 거의 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냉동피자’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마릴린은 현지 매체에 “믿을 수 없었다”며 “이렇게 훌륭한 손자가 있다는 건 신의 축복”이라고 기뻐했다.

스테펀의 엄마 스테파니는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베푸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조부모 어깨의 짐을 덜어준 것도 모자라 스테펀은 ‘버하마 여행 티켓’이라는 깜짝 선물까지 준비했다. 그는 “칭찬받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누군가에게 기쁨의 눈물로 가득한 순간을 줄 기회가 오는 게 인생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피플지는 “올해 미국 최고의 손자상이 있다면 스테펀에게 돌아가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피플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