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메 슌(18)이라는 일본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가면라이더 고스트’를 보고 힘을 내며 난치병과 싸우고 있는 3살짜리 아이에게 든든한 아군이 돼 준 사실이 알려져 일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줬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제 겨우 3살인 야노 히데토라는 태어날 때부터 난치병과 싸우고 있다. 다이아몬드 블랙판 빈혈이라는 골수 이상으로 몸 안 산소를 보내는 적혈구를 만들 수 없어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할 수 없다. 입원과 퇴원을 50번 이상 반복하며 인생의 3분의 1을 병원에서 보냈다. 완치하려면 골수이식을 받는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기증자가 발견돼 이식을 위한 무균실에서의 치료가 시작됐다. 약의 부장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고열이 났다. 먹은 것을 토하거나, 설사가 잇따랐다. 약이나 주사 전에 30분 이상 큰소리로 울부짖어 좀처럼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 힘을 준 것이 가면라이더 고스트였다. 고스트는 지난해 10월부터 TV아사히에서 방송이 시작된 가면라이더 시리즈다. 가면을 쓴 영웅이 악당이나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히데토라는 쓴 약과 아픈 주사에 맞서야 할 때 “가면라이더 고스트로 변신해야 한다”며 변신 벨트를 차고 용기를 낸다. 엄마(36)가 손으로 만든 고스트의 상의를 입고 “고 고 고, 고스트”를 외친다.
이식을 마치고 한 달 정도가 지나 무균실에서 나오기로 결정된 지난 2월11일 밤 아이의 엄마가 트위터에 “침대 위에 누워있기만 하는 나날을 보내는 아들에게, 고스트는 정말로 힘을 줬다. 고맙다. 가면라이더 고스트”라고 끄적였다. 친구에게 말해봐야 걱정만 끼칠 것 같아 익명의 트위터로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한 기분을 적었을 뿐이었다.
그러데 이 글이 고스트를 연기하는 배우 니시메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스트가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기뻐서 눈물이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배우가 개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소속사는 금지하고 있었지만 니시메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트위터에 답장을 올렸다. 그는 “정말 지금까지 가면라이더 (연기를) 열심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투병생활이 힘들거라고 생각하지만 힘들지 않게 되도록 TV에서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글은 인터넷상에서도 화제가 돼 TV아사히가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식을 전했다. 당시 방송 스태프가 니시메의 비디오 메시지를 손에 들고 하데토라의 병실을 방문했다. “히데토라, 안녕. 기운을 받았어요.” 동경하는 영웅에게 이름을 불리자 히데토라는 조금 수줍어하며 엄마에게 안겨 미소를 보였다. 작은 목소리로 “고스트”라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방송 스태프가 병실을 나가자 엄마에게 “야호, 야호” 하며 기쁜 듯 반복했다. 아이 엄마는 “마치 기적 같다. 병에 맞설 용기를 받았다”고 말했다.
골수이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좋은 결과가 있기만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지금까지 68명으로부터 수혈용 혈액을 받았다. 그런 모든 분으로부터 받은 목숨이다. 히어로가 되겠다는 바람을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사진출처= 아사히신문 인터넷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