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80대 노인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뒤 세 차례나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노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오히려 범죄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단순히 고령을 이유로 노인 성범죄자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대검찰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김모양 등 여중생 3명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김모(80)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체포될 당시 13세 미만 어린이 추행 등 전과 5범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전자발찌도 부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고령이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풀려난 김씨는 두 달 뒤인 올 2월 지하철 7호선 면목역 인근 주차장에서 신모(15)양 등 여중생들 앞에서 음란행위를 했다. 지난달에는 면목동 동원시장 근처에서 30대 여성의 몸을 강제로 만졌고, 이달 들어서도 같은 장소에서 10대 소녀를 강제 추행했다.
지난 15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자 그때서야 법원은 영장을 발부해 김씨를 구속하도록 했다.
법원이 고령을 이유로 노인 성범죄자를 관대하게 대한 것은 김씨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경남 밀양에서 70대 노인이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풀어줬다. 2013년 서울에서도 처형의 손녀인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70대 노인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법원은 매번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댔다.
검찰 관계자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재범 위험성이 극히 높다”며 “법원이 풀어주는 바람에 피해자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성폭력 범죄 가해자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2010년 955명이었던 61세 이상 노인 성폭력 피의자는 2014년 1669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인 성범죄자 구속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성범죄 엄단을 원하는 국민 법감정과 여전히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한중 교수는 “성범죄자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노인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일관된 구속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단독] 고령이라고 영장 기각…노인성범죄 봐주기 비판 비등
기사입력 2016-04-24 19:06:59
기사수정 2016-04-24 21:06:14
기사수정 2016-04-24 21:06:14
집유 중 재범한 80대 풀어줘 / 3차례 더 범행하다 결국 구속 / “법원 소극적 처분 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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