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 마라톤에 참여하려던 미국의 한 소녀가 무려 네 배나 긴 하프마라톤 코스를 달린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미국 CNN 등 외신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녀는 중간에 포기할 수 있었지만, 끝까지 달려 결승점을 통과했다.
로드리게스(12)는 최근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두 달여 간 대회를 준비했다. 로드리게스가 뛰기로 한 코스는 5km. 그의 평소 기록은 40분 내외였다.
대회 당일. 로드리게스의 엄마는 출발지점 근처에 딸을 내려주고는 결승점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딸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차에서 내린 로드리게스는 조금 전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허겁지겁 출발지점에 도착한 그는 몸을 풀 새도 없이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재빨리 발을 내디뎠다.
이상했다. 30분이 지나고 40분이 다가올수록 여전히 레이스는 진행 중이었다. 결승점이 나타날 만도 한데, 레이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달리기 속도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근처에서 달리던 다른 선수들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그는 5km 코스가 아닌 하프마라톤 코스를 뛰고 있었다.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로드리게스의 엄마가 잘못된 출발지점에 딸을 내려줬거나, 로드리게스가 서둘러 출발점으로 향하느라 다른 코스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결승점에서 딸을 기다리던 로드리게스의 엄마는 난리가 났다. 평소 기록과 비교하면 딸이 들어오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어디서도 로드리게스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거라 생각한 로드리게스의 엄마는 경찰에 신고했다.
잠시 후, 로드리게스의 엄마는 딸이 5km가 아닌 하프마라톤 코스를 달린다는 사실을 경찰로부터 접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로드리게스는 약 2시간40분 만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애타게 딸을 기다리던 로드리게스의 엄마는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물론 슬퍼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딸을 보니 기뻐서 흘린 눈물이었다.
이날 로드리게스의 공식 기록은 2시간43분. 참가자 2111명 중 1885등이었다. 완주 메달을 목에 건 그는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달리기로 했다”며 “내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로드리게스는 조만간 다른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한다. 로드리게스의 엄마는 “이번에는 딸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농담 섞인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CNN 영상화면 캡처